하춘화 ‘잘했군 잘했어’

오광수 부국장·시인
[노래의 탄생]하춘화 ‘잘했군 잘했어’

화창한 봄날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봄날과 연관 지을 노래도 아닌데 이맘때면 한 번씩 흥얼거리게 된다.

“영감, 왜 불러/ 뒤뜰에 뛰어놀던 병아리 한 쌍을 보았소/ 보았지, 어쨌소/ 이 몸이 늙어서 몸보신하려고 먹었지/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영감이라지/ 마누라, 왜 불러/ 외양간 매어놓은 얼룩이 황소를 보았소/ 보았지, 어쨌소/ 친정집 오라비 장가들 밑천에 주었지.”

1971년 고봉산과 하춘화가 불러 크게 히트했다. 고봉산은 1965년 송춘희와, 1968년 아리랑씨스터즈와도 함께 불렀다. 원곡은 1936년 리갈레코드에서 발매한 이상춘 구성, 한욱심과 이면우가 부른 구전민요 ‘영감타령’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노래를 고봉산이 편곡하고, 반야월이 개사하여 ‘잘했군 잘했어’가 된 것이다.

봄에 피는 꽃, 하춘화(河春花)는 겨우 여섯 살 때인 1961년 12월, 최연소로 독집앨범을 냈다. 가수 활동 60주년을 앞두고 있으니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송가인의 할머니쯤 된다. 하춘화는 전국을 누비면서 ‘리사이틀의 여왕’으로 불렸다. 1991년에는 개인 최다공연기록인 1260회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여고생인 하춘화가 아버지뻘 되는 송해, 남보원, 서영춘 등의 코미디언과 영감 운운하면서 만담 수준의 노래를 불렀으니 보는 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춘화와 연결되는 사건이 있다. 1977년 11월11일 발생한 이리역(현 전북 익산) 폭발사고다. 이날 화약을 가득 실은 열차가 폭발하던 당시 하춘화는 인근 삼남극장에서 공연 중이었다. 사회를 보던 무명의 이주일이 자신의 머리가 깨지는 것도 모르고 하춘화를 구해냈다는 일화가 있다. 일설에는 과장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던 이주일만 한 희극인도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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