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의 목표는 ‘확장성’이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체육의 목표는 ‘확장성’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이 지면을 ‘모두까기’로 채울 수도 있다.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얘기다. 4년 동안 체육회를 이끌어 온 이기흥 후보와 이에 맞서는 3인의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세간의 풍문을 들어봐도 그렇고 언론 보도를 봐도 그렇고, 4인 후보의 철학과 공약을 살펴보는 경우는 드물고, 온갖 험한 말들이 넘쳐나는 형국이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이에 편승하여, 그동안 뭐 하다가 선거에 뛰어들었느냐고 힐난할 수도 있고 지난 4년 동안 뭘 했느냐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어쩌랴. 어쨌든 현재 입후보한 4인 중 한 사람이 선택받을 것이고, 그에 의하여 앞으로 21세기의 한국 스포츠가 전개될 터이니 우선 4인의 공약을 검토하는 것이 그래도 선거의 순기능에 부합하는 일이다. 어느 역사가의 말처럼, 냉소가 역사 발전에 기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체육업 종사자가 600만명을 넘고 정부 예산 4000억원 이상(체육회 예산의 96.5%)이 투여되는 이 막중한 분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인물들이니, 공약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을 제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4인의 공약을 일별해 보면, 왜 내가 회장이 되어야 하는가 이전의 문제, 즉 21세기의 한국 체육이 어떤 가치와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다소 선언적이다.

기호순으로 보면, 이종걸 후보의 3가지 핵심 공약은, 이 선거가 아주 좁은 의미의 ‘체육인’들이 투표한다는 전술의 측면에서는 이해가 된다. 이 점은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인데, 체육계 예산 확충, 일자리 창출, 처우 개선 등 3가지 공약은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까지 설파한다면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통하여 앞으로 한국 스포츠를 어떤 가치와 방향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 전술 요목은 세세하지만 그로 인한 전략적 투사의 방향은 무엇인지 흐릿하다. 체육회장은 매우 좁은 의미의 ‘체육인’들이 투표를 하지만, 체육회의 정책과 사업은 국민 전체를 향하여 전개되는 국가적 차원의 일으므로 이러한 가치의 확장과 실현 가능성을 이종걸 후보는 입증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유준상 후보 역시 ‘체육계 현안’을 중심으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타 후보와 겹치는 현장 반영형 공약을 제외하고 보면 ‘인성교육 강화’나 ‘유라시아 횡단 랠리 스포츠제전’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앞의 것은 지난 2년여 동안 전개된 스포츠인권의 대국민적 공감과 그에 따른 제도의 현실화에 비하여 다소 때늦은 발상이고 뒤의 것은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왜 그러한 메가 이벤트를 현재 한국 스포츠의 양상과 발전 현황 수준에서 해야 하는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완이 필요하다.

이기흥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축적한 경험의 연장선에서 폭넓게 공약을 제시했다. 타 후보의 공약들이, 심하게 말하여 서로 바꿔도 무관할 정도로 특색이 없고 더러는 급조된 것도 있는데, 상대적으로 이 후보의 공약은 4년의 과정에 기반하였다는 장점을 살려서 제반의 상황들을 충분히 제시하였다. 그러나 7개 대표 공약 중 1번으로 제시한 ‘스포츠인권’ 공약은 그 자신이 이 과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 본인 스스로 수 차례의 사과와 반성을 공적으로 수행하였음에도 그 책임과 개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강신욱 후보의 10대 공약 및 이를 뒷받침하는 41개 세부공약은, 나열적이지만 상호 관련성이 엿보인다. 이는 표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강 후보가 이른바 ‘체육계 현장’에서 몸소 경험하였고 또 그것의 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것의 압축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시 ‘체육인’이 투표한다는 이 선거의 특성상 ‘체육인’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작금의 한국 체육을 진단하고 그것에 대해 처방하는 것을 오히려 어렵게 하는 프레임이다.

강 후보만이 아니라 모든 후보들이, 비록 선거의 승리를 위하여 일단 ‘체육계 현안’을 앞세웠다 할지라도, 장래 우리의 체육은 사회의 수많은 전문 영역과 결합해야 하며 동시에 ‘체육’ 또한 사회 전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체육’이 특정 직능 분야로 좁게 이해되고, 그에 따라 장기적인 국가체육정책과 4000억원이 넘는 체육회 예산이 한국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사회 관계망과 사회 연결망 형성에 기여하지 않고, 매우 협소한 직능의 이해관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그 정책의 가치와 그 사업의 확장성이 소멸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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