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사면 불가 천명해야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뇌물공여 등 중대 경제범죄로 구속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당초 사면에 대해 부정적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류도 긍정적으로 선회했다. 청와대는 지난 4월 경제5단체장의 사면 요구에 대해 “검토도 하지 않았고 현재로선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부정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조하며 “충분히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입에서도 “별도의 고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발언이 나왔다. 무엇보다 6월2일 문재인 대통령은 4대 재벌 대표와의 오찬에서 사면 건의에 대해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사면을 주장하고 있고, 8·15 가석방설까지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어 우려감이 크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사면 찬성론자들은 국가 경제 기여와 중요한 투자 의사결정 등 총수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총수 개인의 범죄를 법인 경영활동과 일체화시키는 여론전을 편다. 분명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범죄는 삼성그룹 경영활동이 아니라 총수일가의 경영권 세습과 사익 편취를 위해 벌인 개인 범죄이다. 마땅히 분리시켜 봐야 함에도 본질을 흐리며 법인 경영활동으로 둔갑시켜 사면에 영향을 주려는 속셈인 것이다. 이러한 총수와 법인 일체론은 반도체 위기론을 내세우며 이 부회장을 ‘반도체 해결사’로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잘 드러난다. 2009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목으로 고 이건희 회장이 사면되었던 사례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반면 사면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법의 지배 확립 측면이다. 막강한 경제권력자와 일반 시민들에게 법이 평등하지 않다면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약자의 재산권 또한 보호되지 않는다. 둘째, 과거 총수들이 구속되었을 때도 국가 경제와 해당 기업 경영에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덩치까지 더욱 커졌다. 총수 1인이 구속되었다고 돌아가지 않는 그룹이 과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도 분명히 중대 경제범죄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고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넷째, 재벌 총수의 사면이 이어지면 사법정의가 무너지고 정경유착과 재벌의 경제력 집중, 황제경영을 방지하기 어려워 사회적 부작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1심의 징역 5년에서 최종 2년6개월로 줄어 엄청난 사법적 특혜를 받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공약을 어기고 사면을 한다면 ‘재벌 공화국’만 더욱 굳건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과 가석방이 없을 것임을 천명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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