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가 꽃이 될 때

손연일 광주 월곡중 교사

‘저 애만 없으면 수업 분위기가 참 좋을 것인데…’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학생이 반에 한 명씩은 꼭 있다. 하지만 어쩌다 그 학생이 전학을 가게 되면 신기하게도 크게 다르지 않은 학생이 그 자리를 메운다. 대부분의 ‘저 애’는 알고 보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친구들이 학교생활에 부적응을 겪게 되면 학교에서는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좀 더 세심한 돌봄과 지도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손연일 광주 월곡중 교사

손연일 광주 월곡중 교사

학교위기관리위원회에서는 구청 복지담당부서나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외부 기관의 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의 실마리와 지원 방법을 찾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의 사안은 어느 정도 해결책이 보이는데 가끔은 답답한 상황에 놓일 때도 있다. 보호자로부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그래도 ‘부모가 되어 가지고’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은 그 가정의 삶의 무게와 고통을 헤아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도 해결의 실마리도 부모에게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부모가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내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학생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경우 학생 복지는 보호자 앞에서 멈춰선 느낌이 든다. 학생인권은 학생인권조례라는 열쇠로 열고 교문을 통과해 들어가는 중이다. 보호자가 학생 복지를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학생을 감싸안는 부드러운 품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보호자를 정서적·경제적으로 지원하여 보호자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리라.

최근에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강화되면서 학교에서도 신고해야 되는 경우도 생기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가해·피해자 즉시분리조치를 실시해야 하는 등 사안별로 대처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학교위기관리위에서 다뤄야 하는 사안들은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져 가는 것 같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안고 있는 중대한 문제는 담임교사나 상담교사에게 맡겨둘 일만은 아니다. 교사 혼자서 분투하다 지쳐 쓰러지거나 학생의 문제가 교사 자신의 문제가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한 해 고생하다 지치게 되면 다음 해에는 그렇게 힘들게 할 것 같은 아이들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그러면 악순환이 시작된다. 부담스러운 아이를 맡게 되었다는 불편한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 맡겨진 아이들을 선택하거나 밀어낼 수는 없다. 혼자가 어렵다면 여럿이 힘을 모아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조금 더 합리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해결 방안도 더 넓은 범위에서 다각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이것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지라도 함께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부담을 덜고 지치지 않으면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교육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학생을 교사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지 않고 함께 돌봐야 하는 학교 및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본다면 마음을 좀 더 편히 가지면서 더 인내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된다면 뽑아도 뽑아도 다시 자라나는 잡초 대신 함께 예쁘게 가꾼 꽃 한 송이를 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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