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는 규제가 아니다

오충현 동국대 교수

지난 5월 한강 하구에 두번째 람사르 습지가 지정되었다. 한강 고양시 구간에 위치한 장항습지가 그 주인공이다. 2012년 여의도 밤섬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이후 약 10년 만에 장항습지가 목록에 올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97년 대암산 용늪을 시작으로 총 24곳의 람사르 습지를 보유하게 되었다.

오충현 동국대 교수

오충현 동국대 교수

람사르 습지는 1971년 이란의 카스피해 연안도시인 람사르에서 채택된 협약에 근거하여 지정되는 습지이다. 람사르 협약은 습지의 보전 및 현명한 이용을 위한 국제협약이다. 우리나라는 조금 뒤늦은 1997년 세계에서 101번째로 가입하였다. 우리나라는 이 협약을 위해 습지보전법을 제정하여 습지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습지에 관한 국제협약 취지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람사르 협약은 국경을 초월해 이동하는 물새를 국제적인 자원으로 규정하고 가입국들이 물새를 보호할 수 있도록 이들이 서식하는 습지 보전을 의무화하고 있다. 습지는 연안습지, 내륙습지, 인공습지로 나뉘며, 썰물 때 수심이 6m를 넘지 않는 바다지역도 해당한다.

밤섬이 지정된 이후 약 10년이 지나 장항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것은 람사르 습지 지정을 원하지 않는 지역의 반대의견이 강했기 때문이다. 한강 하구에는 장항습지 외에도 김포시 시암리습지와 유도, 파주시 산남습지, 강화군 철산리습지 등 다양한 습지들이 있다. 환경부는 장항습지를 포함해 한강 하구 습지 전역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고자 추진했지만 타 지역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었다.

결국 고양시는 한강 하구 습지 전역이 아닌 장항습지만을 우선 람사르 습지로 등록한 후 한강 하구 전역으로 확대 등록하는 방안을 환경부에 건의하였다. 환경부가 이를 수용하여 2010년 고양시가 장항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등록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 11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이로써 환경부와 한강 하구에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앞으로 한강 하구 습지 전역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우리나라 습지들은 산업화 과정과 간척사업 등으로 대부분 사라지거나 손상되었다. 하지만 한강 하구에는 60여㎢의 습지가 보전되어 있다. 남북 대치라는 비극적인 상황이 다행스럽게도 이들 습지 보전에는 도움이 되었다. 환경부는 한강 하구 습지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2006년 고양을 비롯한 김포와 파주, 강화지역의 한강 하구 습지를 모두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작년 말 습지보전법 개정을 통해 람사르 습지 주변 주민 지원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후속 제도가 만들어지지 못해 해당 지자체는 아직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은 제도가 뒷받침되면 장기적으로 해결 가능하다. 따라서 한강 하구의 자연성 보전을 위한 람사르 습지 지정은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람사르 습지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현명한 이용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을 함께 고려하는 제도이다. 이런 특성을 주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주민지원 제도를 잘 마련하여 람사르 습지 등록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항습지의 람사르 습지 지정을 축하하며, 앞으로 남은 한강 하구 습지들의 추가적인 지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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