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d/p 디렉터
리그나, 라디오 발레, 2002, (C)리그나

리그나, 라디오 발레, 2002, (C)리그나

경험으로부터 배웠을까. 공공의 통제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므로, 이제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억압적인 관행을 받아들인다. 벤치가 좌석으로 바뀌면 누울 수 없고, 어두운 골목에 조명을 밝히면 은밀하게 움직이기 어렵다. 공간의 배치, 건축, 디자인, 이 모든 것은 움직임을 통제한다. 움직임을 통제한다면 생각마저 통제할 수 있을까. 권력은 어떻게 개인들의 일탈을 몰아내고, 심지어 일탈이 그들에게 불리한 선택이라는 것을 설득할까.

1995년 결성한 미디어 이론가이자 아티스트 그룹인 리그나는 권력이 일탈을 조절하는 방법에 관심을 기울였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좌파 활동가들이 라디오를 메시지 전달용 오픈마이크로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리그나는 라디오가 항상 추상적인 청취자 집단을 생성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라디오가 켜져 있으면 주파수에 사람들이 접속한다. 리그나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서로 다른 청취자들을 연계하는 방법을 통해 공공공간의 사유화, 공공의 통제를 돌아보는 작업을 구상했다.

이들은 공공장소에서 허용되는 움직임과 금지된 움직임을 조사했고, 이 움직임을 조합해 안무를 구성했다. 2002년 5월, FSK의 청취자들은 라디오 수신기와 작은 헤드폰을 들고 함부르크 기차역에 모였다. 그들은 채널의 목소리를 따라 손을 위아래로 흔들거나, 바닥에 앉거나 누웠다. 춤의 한 조각 같기도 하지만, 불편하기도 한 이 움직임들을 향해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라디오 발레’의 시작이었다.

통제가 강력해진 팬데믹 상황에서 리그나는, 국경과 민족을 넘어 새로운 연대를 이끄는 라디오 발레를 상상하고 실천한다. 예술의 언어가 제시하는 공존과 연대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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