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d/p 디렉터
요안 부르주아, 역사의 역학: 정점에 닿기 위한 시도, 2017, 파리 판테온 ⓒ요안 부르주아

요안 부르주아, 역사의 역학: 정점에 닿기 위한 시도, 2017, 파리 판테온 ⓒ요안 부르주아

1851년 프랑스 과학자 장 베르나르 푸코는 파리 판테온의 돔에서 황동으로 코팅한 28㎏의 추를 매단 67m의 실을 내려뜨렸다.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한 장치였고, 진동면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회전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여준 그는 지구의 자전 검증에 성공했다.

중력에 반응하는 신체의 다양한 상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품을 발표해 온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는 진자가 흔들리던 장소 판테온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역사의 역학: 정점에 닿기 위한 시도’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는 회전계단과 트램펄린을 활용하여 운동의 법칙과 에너지, 더 나아가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를 향한 작가의 탐구를 담은 작업이다.

회전하는 계단을 오르내리던 퍼포머가 꽃잎처럼 펄럭이며 계단 아래로 떨어진다. 퍼포머가 떨어질 때, 그의 무게와 속도는 운동 에너지의 힘을 좌우할 테지만, 떨어지는 순간에도 퍼포머의 무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가볍게 튀어 오른 그는 다시 계단을 걷는다. 날아오르는 몸짓에 저 사람은 중력에서 자유로운 존재인가 의심해 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단은 빙글빙글 돌고,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고 낙하하고, 거꾸로 튀어 오르고, 걷고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움직임과 시공간이 돌고 돈다.

그는 자신이 구성한 세계 안에서 넘어져 떨어지고 다시 상승하는 것을 ‘시스템’이라고 칭했다. 주변 세계와 에너지를 교환하면서 작동하기 때문에 결코 고립되지 않는 시스템 안에서, 운동의 형태를 바꿀 뿐, 결코 소멸하지 않는 에너지에 둘러싸여 퍼포머는 낙하와 상승을 반복한다. 몸, 마음, 중력, 무게의 조화를 만드는 궁극적인 순간을 찾는 부르주아의 도전 앞에 에너지는 역사의 추동력인 양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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