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권 후보를 고르는 방법

김준 경제에디터

자동차 담당을 오래 해서인지 사람의 역량이나 자질, 제품의 성능을 종종 자동차에 빗대어 평가해보곤 한다. 내년 3월9일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한데, 이들의 ‘성능’ 평가에도 이 잣대는 꽤 유용하다.

김준 경제에디터

김준 경제에디터

여권의 한 예비후보는 피아트, 알파로메오, 페라리, 람보르기니가 속한 이탈리아차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졌다. 이태리차는 사람을 홀리는 ‘마성’이 있다. 다비드상처럼 미려한 디자인과 경쾌한 주행감, 파바로티와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목소리를 적절히 섞어놓은 듯한 배기음은 압권이다. 특히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스포츠카는 빠르고, 가속성능도 출중하다. 하지만 이런 이태리차의 장점은 때론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한다. 운전이 서툰 이에게 페라리의 ‘어마무시한’ 출력은 생과 사를 넘나들게 만든다. 종종 기계적 완성도나 안전성 측면에서 이태리차는 엇갈린 평가를 받곤 한다. 그 후보의 정치 감각도 페라리처럼 동물적이고 빠르다. 모 종교단체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의 근원지로 지목되자 종교단체 본부로 달려가 행정명령을 집행하고, 불법영업을 하는 유흥가 주점도 급습하는 순발력을 보여준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그가 내건 주요 정책 공약도 람보르기니의 디자인이나 주행성능만큼 화끈하다. 그러나 폭발적인 가속력은 운전하는 재미는 있을지언정 연비나 안전운전엔 치명적이다. 요트가 크루징하듯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 국가 경영엔 독이 될 수도 있다. ‘바지 한번 더…’ 같은 원초적 발언과 가족에게 쏟아낸 독설에선 랩 타임을 0.0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헤어핀 앞에서도 브레이킹 없이 돌진하는 무모함과 불안정함마저 느껴진다.

이탈리아차 이미지의 후보를 바짝 쫓는 또 다른 여권 예비후보는 일본차를 연상시킨다. 일본차는 1980~1990년대 황금기를 누렸다. 혼다는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인 ‘F1’에서 맥라렌과 손잡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도요타는 셀리카로 오프로드 경주인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수차례 우승을 따냈다. 이런 기술력과 장인정신으로 만든 일제 승용차는 잔고장 없기로 세계 제일이었다.

그 후보의 원칙적이고 모범적인 캐릭터는 일본차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우고, 도지사, 국회의원, 국무총리, 여당 대표를 지내면서 누구보다 다양한 국정 경험을 쌓아 기본기도 탄탄하다. 하지만 그에게선 ‘요즘 일본차’의 이미지가 가끔 오버랩된다. 여전히 잔고장 적고 승차감, 안전성은 수준급이지만 지나치게 세심해 ‘펀 투 드라이브’ 감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이 후보가 최근 약진 중인 현대차와 기아를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연구·개발과 디자인 부문 최고위직에 외국인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앉혀 ‘GV80’와 ‘아이오닉 5’ 같은 맛깔난 차를 빚어내는 과감함, 맨땅에 헤딩하듯 WRC에 뛰어들어 도요타의 목덜미를 낚아채는 집요함을 대선 직전까지 급속 충전했으면 좋겠다.

여론조사에서 모든 후보 가운데 1위를 기록 중인 야당 예비후보에게서는 중국차 ‘냄새’가 난다. 중국산은 성능이나 기능이 실제와 차이 나서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듯, 엔진 마력 등 제원상의 수치가 실제와 다를 때가 많다. 차체 강성이나 핸들링 같은 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기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구형한 주인공이다. 화려한 스펙에 정의감까지 출중한 줄 알고 검찰총장에 앉혔더니 임명권자를 아귀처럼 덥석 물어버린다. 좌회전하랬더니 자율주행 기능으로 셀프 전환해 오른쪽 담장을 처박은 격이다.

스펙과 실제 성능의 불일치는 대선 출정식 이후 줄곧 ‘풀 액셀’ 상태다. ‘부정식품’ ‘경자유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미검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중국차도 당황할 만큼 몰시대적이고, 몰사회통념적이며, 몰상식하다. 더 걱정스러운 건 차량 밖에서 들어오는 노이즈와 진동, 하시니스(노면 단차 등을 지날 때 전해지는 충격)다. 그의 아내와 장모가 토해내는 풍절음과 잡소리는 승용차 수준을 벗어나 트럭이나 경운기에 가깝다.

나는 독일차를 선호한다. 디자인과 주행성능, 안전성이 최고 수준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대권 후보 중 아직은 독일차 수준에 오른 후보가 눈에 띄질 않는다. 선거일까지 200일이 조금 더 남았다. 그동안 이들은 얼마나 독일차에 가까워질까. 그런 후보에 한 표를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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