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다음 대통령은 누구니?”

김민아 논설실장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이하 호칭 생략)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다. 이재명은 “이 순간부터 실력과 정책에 대한 논쟁에 집중하고, 다른 후보들에 대해 일체의 네거티브적 언급조차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종의 ‘휴전’ 제안이다. 경선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이하 호칭 생략)도 페이스북을 통해 “늦었지만 환영한다. 그런 다짐이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호응했다.

김민아 논설실장

김민아 논설실장

볼썽사납던 네거티브 경선은 막 내린 걸까. 그렇게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터다. 당장 이낙연 캠프의 신경민 전 의원은 “한 달여 동안의 흑색선전에 대해 (이 지사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측 민형배 의원은 이낙연 측 설훈 의원을 겨냥해 “가장 나쁜 ‘경선 불복’을 꺼내들었다”고 지적했다. 설 의원은 “이 지사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이 될지) 장담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명낙대전’에는 단순한 네거티브 공방을 넘어서는 특성이 있다. 한편으로 온 세상 고민을 다 짊어진 듯 비장한데,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이집 아이들 다툼보다 유치하다. 대표적 사례가 이재명의 경기지사직 유지를 둘러싼 논쟁이다. 이재명은 “경선 완수와 지사직 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지사직을 사수하겠다”고 했다. 이낙연 캠프에선 “말씀 잘하셨다. 그렇다면 경선을 포기하시라”(배재정 대변인)고 했다. 이토록 비장하고 이토록 치졸할 일인가.

도대체 왜 이럴까. 이재명·이낙연의 머릿속에 들어가본다.

첫째, “저쪽만 이기면 내가 대통령 된다.”

이재명·이낙연은 경선에서만 이기면 대선에서도 승리할 거라 여기는 것 같다. 국민의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잇단 설화로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0%를 넘어선 걸 근거로 말이다. 착각이다. 이재명·이낙연은 지금 윤석열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싸우는 게 아니다. 정권교체론과 맞서는 거다. 지난 6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권교체론(47%)이 정권유지론(39%)을 앞섰다. 차이가 크지 않다고? 선거의 관건은 중도층 표심이다. 스스로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과반(51%)이 정권교체론에 기울었다(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경선은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이 아니고, 이재명·이낙연도 안산·김제덕은 아니다.

둘째, “능력이 없어.” “불안하고 위험해.”

이재명 측은 이낙연을 무능하다고, 이낙연 측은 이재명을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양 캠프의 선전전에 그런 기류가 짙게 배어 있다. 독선이요 오만이다. 이낙연은 5선 국회의원과 도지사, 국무총리와 집권당 대표를 지냈다. 무능하다면 쌓기 힘든 커리어다. 이재명은 소년공 출신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변호사와 정치인이 됐다. 살아온 삶이 다른 만큼 스타일도 다를 뿐이다. 위험하다고 몰아붙이는 건 부박한 엘리트주의다.

셋째,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재명이 음주운전을 하고 형수에게 욕설한 건 사실이다. 주권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 이낙연이 총리 시절 부동산 폭등과 조국 사태를 막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역시 주권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 인정할 걸 인정하고 난 뒤엔 자신의 비전을 알리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다. 이재명은 기본소득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하라.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로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이야기하라. 이낙연은 ‘신복지’의 강점을 말하라. 여성과 청년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정책을 내라.

지금 이재명·이낙연은 동화 <백설공주>의 왕비와 비슷해 보인다. ‘거울아 거울아, 다음 대통령은 누구니?’ 측근들은 모두 거울 노릇에 충실할 것이다. 거울의 답은 그러나 중요하지 않다.

지난 8일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의 김연경과 세르비아의 보스코비치가 네트 앞에서 마주쳤다. 보스코비치가 블로킹을 시도하려는 동작을 하자 김연경이 공의 방향을 틀었다. 보스코비치가 손을 아래로 뺐다. 김연경이 때린 공은 코트 밖으로 나갔다. 보스코비치는 네트 아래로 손을 내밀어 정중하게 악수를 청했다. 김연경도 웃으며 손을 잡았다. 국제배구연맹은 경기 후 포옹하는 두 선수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도쿄 올림픽에서 가장 상징적 포옹을 보여준 두 레전드”라 평했다. 이재명과 이낙연은 김연경과 보스코비치가 되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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