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은 실내보다 야외가 안전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 한복판의 인왕산도 주말이면 붐빈다. 사람 많은 해수욕은 아직 위험하고, 일광욕은 자외선이 무섭다. 이럴 땐 삼림욕이 제격이다. ‘숲속의 공기 샤워’라 할 수 있는 삼림욕은 숲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도 한몫을 한다.
피톤치드는 식물을 뜻하는 피톤(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치드(cide)의 합성어로 식물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곰팡이 등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내뿜는 물질이다. 이 용어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의 생화학자 보리스 토킨 박사가 1930년경에 처음 사용하였다. 그는 시장에서 사람이 비위생적인 상태에서 조리한 음식을 먹고도 탈이 나지 않는 것에 주목하였다. 이는 식자재에 포함된 채소와 향신료의 항균 물질 때문인 것을 밝혀내고 그 물질을 피톤치드라 명명하였다. 양파와 마늘 용액이 항균 효과가 뛰어나다는 그의 연구에 따라 의약품이 부족한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이 용액이 상처 치료에 널리 사용되기도 하였다.
피톤치드 발생 수치는 온도가 높고 햇볕이 잘 들며 바람이 적은 여름날 오전이 최고라고 한다. 한동안 일본의 연구 결과에 따라 편백 숲에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발산된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여러 지자체에서는 앞다투어 편백 조림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편백은 일본이 원산지로, 편백의 피톤치드 양은 일본에서 조사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쏠림현상이 심해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따라 하기 바쁘다. 그런데 유념할 것은 각자의 입맛이 다르듯이 나무도 제각각 좋아하는 땅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좋아하는 곳보다 나무가 좋아하는 곳을 찾아 심어야 한다. 급기야 2020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편백 조림가능 지역지도’를 제작하였다. 한편 박범진 충남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소나무나 잣나무에서도 피톤치드가 많이 발생한다. 게다가 삼림욕의 효과가 반드시 피톤치드 때문만은 아니라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그보다는 편안한 색조, 은은한 햇빛, 바람 소리와 새소리, 맑은 공기 등 숲에서 내어주는 유무형의 모든 것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고, 심리적 안정을 찾게 한다. 숲은 우리 모두의 충전소이다.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올여름에는 숲속에서 치유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꼭 편백이 아니어도 좋다. 소나무 숲이나 참나무류 숲도 좋을 것이다.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쉴 수 있다면 어딘들 어떠랴. 가까운 숲이 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