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편리하게 익히자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오늘 요리는 햄버거 스테이크입니다. 잘 다져진 돼지고기, 소고기, 양파 그리고 계란물과 빵가루를 섞고 치대어 패티를 만듭니다. 공기를 충분히 제거해 주어야 구울 때 부서지지 않습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저는 두툼한 패티를 선호합니다. 육즙이 풍부한 속살과 바삭하게 잘 구워진 표면이 조화를 이루죠. 하지만 조리하는 과정에서 매우 신경을 써야 합니다. 두툼한 안쪽까지 열이 골고루 전달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너무 오래 가열하다 보면 표면이 타 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안쪽이 제대로 익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으니 언제 불을 꺼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만약 안쪽을 미리 살짝 익혀놓는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표면을 바삭하게 잘 굽는 데만 신경쓰면 됩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이 응용되는데, 오븐에 살짝 굽기도 하고, 뜨거운 증기로 미리 찌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간편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전자레인지에서 안쪽까지 살짝 익힌 후, 기름을 두른 팬에 패티를 앞뒤로 구우면 적당하게 노릇해진 바삭한 표면과 육즙이 풍부한 부드러운 속살의 조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는데, 그 용어는 어렵지만 이 또한 일종의 빛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빛이죠. 빛을 쬐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데,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요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빛 에너지의 대부분은 식재료 표면에서 반사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마이크로파는 좀 특이합니다. 식재료 안으로 계속 흡수가 되는데요, 식재료에 포함되어 있는 물 분자가 마이크로파를 만나면 심하게 진동하면서 그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물과 찰떡궁합인 셈이죠.

물 분자의 진동은 곧 인근에 있은 다른 분자들의 진동을 만들어내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식재료의 온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무언가가 가열된다는 것은 사실 그것을 구성하는 분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차가운 물 분자들은 그 움직임이 둔하지만, 끓는 물이나 증발한 수증기의 경우에는 분자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전자레인지 조리법은 불에 직접 굽거나, 삶거나, 튀기거나 하는 방식과 결과적으로 비슷합니다. 식재료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가열한 것이죠. 게다가 재료를 넣고 스위치를 켜기만 하면 되니 간편하기까지 합니다.

같은 결과를 더 손쉬운 방식으로 얻을 수 있도록 과학은 도움을 줍니다. 그 원리를 이해했기 때문이죠. 요리의 과학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다 보면 앞으로도 효율적인 조리법이 계속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땡’. 전자레인지가 안에 든 패티 반죽을 어서 꺼내라고 소리칩니다. 그동안 미리 잘 달구어놓은 팬에 반죽을 놓고 손으로 꾹꾹 가운데를 눌러가며 모양을 잡습니다. 익을수록 가운데 부분이 더 부풀어 오르기 때문입니다. 좋은 냄새가 나는지 어느새 아들이 제 옆에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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