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의 위기를 극복할까

미국 코로나19 사태는 2020년 봄, 한국보다 몇 개월 늦게 시작했습니다. 봄방학을 시작으로 문을 닫는 대학이 나왔죠. 주 정부 등도 하나둘 마스크 착용 의무화, 통행금지령 등 강경한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이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사태 초기에 코로나19는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큰소리를 쳤죠. 물론 거짓말이었습니다. 거짓말이 일상인 사람이라 놀랍지 않았지만, 국민의 목숨을 두고 이어지는 대통령의 거짓말에 미국 사회는 경악했죠. 코로나19는 별것 아니다, 치료제가 나와 있다, 조금 있으면 마술처럼 다 사라질 것이다 등등 거짓말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치공작도 이어갔죠. 수십년간 전염병 예방 책임자였던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포함한 전문가들, 코로나19 방역에 바쁜 주지사, 시장 등과 뉴스 미디어 등을 정적으로 대했죠. ‘차이나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통해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갈등마저 부추겼습니다. 제2의 트럼프를 자처한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막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공화당계 시민들은 코로나19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을 거부하며 맞장구를 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마스크, 백신 등 해결책이 있지만, 사태 해결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도자의 정치적 욕심 탓에 사회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기가 막힌 꼴이죠.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코로나19 위기는 우리가 직면한 더 큰 위기의 한 조각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구온난화로 동남아 일대 숲이 열대 숲으로 바뀌며 박쥐 서식 지역도 덩달아 늘었죠. 박쥐가 지닌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던 셈입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지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이하리라는 경고가 되풀이됐지만 인류의 불장난은 오히려 가속화했습니다. 약 일주일 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2040년에 그 선을 넘으리라 예상했습니다. 20년도 남지 않았죠. 참극은 벌써 시작됐습니다. 여름마다 전 세계는 전에 없던 더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더우니 가물고, 산불은 더 크고 거세집니다. 그만큼 사라진 숲 위로 이산화탄소만 쌓여갑니다. 기온은 더 상승할 수밖에요. 빙하는 빠르게 녹아 바닷물 염도를 떨어뜨리며 심층순환을 늦추고 있습니다. 곧 거대한 바닷물의 순환이 멈추며 극단적 추위와 더위가 더 심해질 겁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냉난방 수요는 온난화를 더 부추기고 있습니다. 상승한 수온에 물고기 사체가 떠오르고, 각종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팬데믹이 발생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 화석연료 소비를 멈춰야 합니다. 탄소세를 무겁게 부과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소비 위주의 경제체제 자체도 바꿔야 합니다. 문명적 전환이 시급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평온합니다. 지구온난화조차 믿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믿어도 신경을 안 쓰죠. 당장 내 앞에 놓인 일상이 더 시급한 탓입니다. 내가 에어컨을 덜 튼다고, 자가용을 하루 안 쓴다고 달라질 게 없는 것도 압니다. 게다가 위기가 일상이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20년, 30년 전 기후는 기억에서 희미해져 갑니다. 그때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중장년들도 오늘의 기후에 익숙해지고 적응해버립니다. 결과적으로 막연한 위기인식은 있지만 절박함은 없게 되죠. 단호한 정치 지도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그런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인류의 위기를 정치적으로만 보는 트럼프 같은 이는 물론이고, 기후 문제에 둔감한 지도자 모두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2021년, 한국 대선을 위해 뛰는 누가 위기의식과 지도력을 갖추고 있나요? 과연 우리는 우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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