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엔 ‘거꾸로 서스펜스’

김태권 만화가
[창작의 미래] 웹툰엔 ‘거꾸로 서스펜스’

회귀, 빙의, 환생. 요즘 웹소설과 웹툰에서 널리 쓰인다는 이른바 ‘3대 코드’다. 어떤 사람은 이능력을 덧붙이기도 한다. 3대 코드건 4대 코드건 핵심은 이렇다. 주인공은 알지만 악당은 모르는 정보가 있다는 점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주인공은 강하다.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만화가

“3대 코드가 들어간 웹소설 작품이 인기다. 그런데 3대 코드에 기대지 않은 작품이 영상화 가능성은 높다.” 팩트스토리의 고나무 대표가 들려준 이야기다. 어째서 그럴까? 3대 코드가 들어가지 않은 작품이 들어간 작품보다 특별히 ‘고급스럽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고민하던 중 앨프리드 히치콕이 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영화감독 히치콕은 서스펜스의 대가로 유명했다.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를 이렇게 구별했다. “책상 주위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다가 갑자기 책상 밑에서 폭탄이 터지면 서프라이즈다. 반면 책상 밑에 폭탄이 장치된 사실을 먼저 관객에게 보여주고, 그 사실을 모른 채 주인공과 사람들이 책상 주변에 둘러앉기 시작하면 서스펜스다.”

정리하면 이렇다. 영화나 소설이나 만화 속 주인공이 있고 그 맞수를 악당이라고 하자. 우리는 독자 또는 관객이다. 주인공, 악당, 우리, 이 셋이 가진 정보는 고르지 않다. 폭탄의 존재를 악당은 알고 주인공은 모르고, 우리도 모르는 상황이 서프라이즈다. 악당도 알고 우리도 아는데 주인공만 모르면 서스펜스다. 히치콕은 서스펜스가 서프라이즈보다 낫다고, 적어도 영화에는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서프라이즈는 폭탄이 한번 터지면 끝나지만, 서스펜스는 길게 끌수록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바로 그 점 때문에 서스펜스는 호흡이 짧은 연재물에 어울리지 않는 기법일 수도 있다. 주인공이 사고를 당할 때의 기억을 잃지 않은 채 사고 며칠 전의 시점에 되살아나는 회귀, 미래에 대한 지식을 가진 채 역사 속 인물의 몸에 들어가는 빙의, 우리 세계의 과학 지식을 가진 채 다른 세계에 가는 환생, 다른 이들에게 없는 능력을 가지는 이능력. 네 경우 모두 ‘주인공도 알고 독자도 아는데 악당은 모른다’는 특징이 있다. 이 특징을 ‘거꾸로 서스펜스’라고 나는 부르려 한다.

서스펜스는 뜸들이기의 기술이다. 두 시간짜리 영화나 옛날 소설에 잘 맞는다. 악당은 알고 주인공은 모르는 정보 때문에 주인공은 오래오래 고통과 성장을 겪는다. 반면 ‘거꾸로 서스펜스’는 웹소설이나 웹툰처럼 짧은 호흡의 연재물에 어울린다. 주인공은 알고 악당은 모르는 정보 때문에 주인공은 바로바로 승리를 거두고 전개는 ‘사이다’처럼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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