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주의의 종식을 위하여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미국의 관점에서 보도한다. 미군의 사망 숫자만 중시하는 CNN을 베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9·11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을 빌미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비록 문제가 많은 정권임에도 탈레반은 독립운동으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더욱이 언론이나 미디어가 전하지 않는 것은 이름 없는 민중의 죽음이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뉴욕 쌍둥이 빌딩의 희생자에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십만명의 죽음은 그저 전쟁의 배경에 불과하다. 국제사회는 왜 이러한 야만적인 행위를 비난하지 않는가.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미국은 자신들의 문화를 이식하고 지배하고자 했다. 현지의 참상을 취재한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PD는 중세문명에 가까운 백성들을 20년 동안 미국식 체제로 바꾸고자 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서구적인 삶의 방식을 강요당한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두 배인 1조달러를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차라리 그 돈을 탈레반에게 주어서 자진해 국가를 개조하는 데 쓰게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찌 이리 어리석은가.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전쟁이라는 파괴시스템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침략전의 승자는 죽음산업을 운영하는 소수의 미국인들이다.

미국 정치가들은 양심의 가책조차 없다. 전쟁을 지시한 사람들은 전쟁 전이나 후에도 살아남아 국제 법인격체인 국가를 방패 삼아 자신의 정당성을 옹호한다. 국가의 이름으로 저지른 전쟁에서 개인의 책임은 묻지 않는다. 평범한 백성의 자식들이 전쟁터에서 죽어나가도 국가의 영령으로 애도하면 그만이다. 더구나 그 땅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총탄과 미사일에 죽어간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는가. 전쟁을 지시하거나 지휘한 자들이 타국 백성들의 목숨을 뺏는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일찍이 춘추전국시대의 묵자는 이를 간파했다. 과수원에 들어가 복숭아를 훔친 사람보다 남의 가축을 훔친 사람을 더 크게 벌한다. 사람을 죽이면 앞의 죄보다 더 무겁다. 불의함이 심하기 때문이다. 작은 잘못은 비난하면서 국가의 침략에는 거악을 알고도 칭송하며 의롭다고 한다. 어찌 의로움과 불의를 구별한다고 할 수 있는가. 그리하여 묵자는 비공(非攻), 즉 반전을 주장한다. 핵심은 겸상애(兼相愛)와 교상리(交相利)다. 전자는 황금률에 의해 차별 없이 모두를 사랑하는 것으로 자비, 평등, 박애에 해당한다. 후자는 이를 통해 서로 이익을 얻는다는 뜻이다. 자리이타인 평화경제의 원리다. 양 나라의 백성이 평온과 평화 속에 살게 되면 그 값어치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민중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로마시대에 시골 사람들은 황제가 바뀐 사실을 성당의 기도를 통해 알았다고 한다. 황제를 위한 주례자의 기도에서 이름이 다르면 교체된 것이다. 다른 세계의 민초들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전쟁이 없고 먹고 마실 것이 풍부했을 때는 권력자가 누구인지 알 필요조차 없다. 전쟁무기와 군인들로 가득 채워진 대추리, 강정마을, 소성리의 주민들이 원하는 평화는 예전에 누렸던 평범한 일상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민중도 그렇지 않을까.

1·2차 세계대전으로 부자가 된 미국은 이익을 좇아 아시아와 중남미 침략을 밥 먹듯이 해왔다. 이제는 테러에 대한 복수의 비용으로 막대한 재정적 부담까지 지게 되었다. 왜 증오의 악순환을 끊지 못할까. 세계는 점점 불신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군비 증강이 이를 반영한다. 선두에는 미국이 있다. 이러다 언젠가는 대부분의 재정이 증오의 비용으로 나가지 않을까. 인류의 분열과 갈등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묵자는 천하의 큰 해는 소국에 대한 대국의 공격, 약자에 대한 강자의 겁박,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 천한 자에 대한 귀한 자의 멸시라 한다. 지금도 변함없다. 특히 전쟁에 의한 죽음은 한 사람의 우주를 파괴한다. 내가 죽으면 이 세계도 소멸한다. 타인의 살해는 육체는 물론 그가 축적한 진실 경험의 왕국을 소멸시킨다. 막는 방법은 한 가지다. 묵자가 제안하듯, 전쟁을 일으킨 자도 다른 사람의 권익을 해친 자처럼 처벌해야 한다. 형태 불문하고 백성을 죽인 죄를 묻는 것이다. 나아가 국가 권력을 전쟁에 함부로 쓸 수 없게 규제해야 한다. 보복전이든 예방전이든 반인륜적 군사주의는 종언을 고해야 한다. 전쟁으로 인간을 지옥으로 몰아넣는 행위는 극한의 고통 외에 어떤 가치나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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