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권리 보호가 우선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 자율학부 교수

대부분의 매체들은 광고라는 재원 없이 운영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광고 증대를 위한 매체의 기본 노력을 불온시할 수는 없다. 광고주들에게 더 매력적이 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고안하고 제시하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 과정이 창의력을 고양하기도 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측면이 있다는 주장까지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광고 역시 하나의 메시지이며, 사람들의 의식과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그 점을 도외시할 수 없다. 매체를 운영하기 위해 불가피한 재원이라 하더라도 그 재원의 마련이 기본적으로 사회 상규의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법률은 최소한 수용자들이 방송이나 신문의 내용(기사)과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해야 함을 규정해왔다. 수용자들이 광고임을 의식하지 못하고 매체가 신뢰를 보증하는 기사나 콘텐츠인 양 착각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사기’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 자율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 자율학부 교수

하지만 신문과 방송 등 매체 수가 증가하고 디지털 영역의 새로운 다양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원칙이 근본부터 흔들렸다. 디지털 영역에서는 수용자들이 원하지 않거나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광고에 주목하게 하는 방법이 각광을 받고 광고주들의 주머니를 열게 했다. 그런 방식이 비윤리적이고, 소비자 보호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라는 점은 간과됐다. 얼마 전에 크게 논란이 됐던 유튜브 뒷광고는 그 전형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문제는 지금은 디지털 영역의 반사회적 광고 규제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외려 광고 효율성만 따지는 광고 재원이 디지털 영역으로 이전하면서 재정 압박을 받은 기존 매체도 이런 방식을 채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이다. 종편에서 발각되어 논란이 됐던 건강 보조식품 협찬 문제가 그것이다. 시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은 건강 보조식품을 소개하는 무대였고, 심지어 뉴스까지 동원해 소비자들이 믿게 했다. 일각에서는 뉴스까지 동원한 행태에 한탄을 했지만, 재원 확보에 유리한 그런 방식의 협찬은 지상파에까지 확산되는 실정이다. 규제할 적절한 법이 없고, 국회 등에서 규제할 수단의 입법을 미루고 있는 허점을 노린 행태다.

작년 정필모 의원이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보험상담방송도 그 사례다. 시청자가 기존에 가입한 보험의 적절성을 상담해주고 더 나은 선택을 제안해준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시청자가 고마워했을 전문가의 조언은 보험영업의 일환이었고, 피상담자의 정보는 마케팅 자료로 돈을 받고 거래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개 채널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하고, 미디어오늘이 보험 업계의 의견을 들어 한 보도에 따르면 더 많다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모니터 결과도 비슷하다. 국회의 관심과 규제기관의 조사 이후 보험상담방송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방송 규제 기구의 노력보다는 금융위원회가 ‘보험방송도 광고’라는 지침을 내린 결과라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시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 비판 감시 견제 기능을 수행해야 할 기존 매체는 사회적 책임성이 약한 새로운 영역의 편법을 따라가고 규제기구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이 존재한다. 매체는 매체가 생존할 수 있어야 공공적 기능도 다할 수 있다는 자기 합리화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규제기관은 규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보다는 필요악이라는 왜곡된 인식에 갇혀 규제 완화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나의 예로 네거티브 방송광고 정책을 지향하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관점을 우려하는 이유다. 네거티브 광고 규제 방식은 일단 다양한 광고 방식을 자유롭게 시도하도록 하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면 그때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규제의 틀을 만드는 동안 시민들의 이익 침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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