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와 파동 사이

김지연 전시기획자
양자주, 못골, 비트윈 파티클즈 앤 웨이브즈, 2021, 마인크래프트, 멀티플레이어 서버: gamehosting.it:25580 ⓒ양자주

양자주, 못골, 비트윈 파티클즈 앤 웨이브즈, 2021, 마인크래프트, 멀티플레이어 서버: gamehosting.it:25580 ⓒ양자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양자주 작가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몇 해 전, 바로 이 지면에 소개한 적 있는 부산 못골에서의 작품으로 마인크래프트에서 열리는 ‘비트윈 파티클즈 앤 웨이브즈’ 전시에 참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작가 브래드 다우니와 얀 보만은 마인크래프트 안에 28,000,000×28,000,000×256블록 규모의 가상공간을 만들어 도시의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 9명을 초대했다.

그라피티처럼 도발적이고 선언적으로 공공장소를 접수하는 예술 활동도 있지만, 이곳에서 작품을 구현하는 과정은 대부분 지난하다. ‘미술’을 위한 전시장에 설치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바로 그 장소에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확보해야 하고,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대중의 눈 역시 예술이라는 명분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삶의 현장을 활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을 예술가들에게 ‘마인크래프트’라는 공공장소는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지 궁금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방화로 소실되는 수난에 시달렸던 멜라니아 트럼프의 조각상을 온라인 세계에 세운 브래드 다우니는 물리력의 한계가 거의 없는 마인크래프트 속 공간을 만끽하는 모양새다. 조각의 스케일이 범상치 않다.

멀리, 양자주가 지문으로 뒤덮었던 부산 못골의 빈집이 보인다. 재개발 결정에 따라 현실 공간에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된 그 집을 거닐며 사진으로 남은 작품들을 마주하다보니 기묘한 그리움에 휩싸였다. 현실에서는 4개월, 마인크래프트 세계의 시간으로 따지면 구축하는 데 24년 걸렸다는 이 도시를 투어하면서, ‘저장’할 뿐 ‘기억’하지 않는 동시대 사람들의 습성을 돌아보던 양자주의 질문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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