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
해미 클레멘세비츠, 노래하는 단어들, 2021, 사운드 설치

해미 클레멘세비츠, 노래하는 단어들, 2021, 사운드 설치

“우리는 소리를 못 듣는(D.E.A.F) 것일까? 지금 우리 안에 갇혀(C.A.G.E) 있으니. 우리 나이(A.G.E)가 어떻게 되지? 내 얼굴(F.A.C.E)이 제대로 안 보여. 우리 희미해지려나봐(F.A.D.E). 우리 사라지려나봐(F.A.D.E). 우린 표현을 잘해(G.A.B). 그리고 주목받고 싶어 해(B.E.G). 안 좋은(B.A.D) 기억들뿐. 힘든 일도 있었지(F.A.C.E.D). 이제 우린 누워 있어(A.B.E.D). 이젠 유리한 상황이야(A.C.E). 유행일(F.A.D) 뿐이었나? 세상에(E.G.A.D)! 네가 뒷마무리라고 했지(D.A.B). 이 정도면 오래 갇혀 있었어(C.A.G.E.D).”

이 글을 읽으면서 알파벳에 해당하는 음악코드가 지시하는 소리를 떠올려보자. 그 소리는 ‘음악’에 가깝다. 상상이 어렵다면, 악기에 의존해도 좋다. 언어를 통해 시각과 청각의 연결성을 탐구해온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7음계의 코드명 C·D·E·F·G·H·I로 만든 단어를 포함하여 문장을 만들고, 그 단어의 음계코드명을 화음으로 넣어 마치 아카펠라 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작업 ‘노래하는 단어들’을 선보였다.

화면 위의 문장을 보면서, 공간에 울리는 화음을 듣는다. 벽면의 QR코드로 접속하면 본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수어통역사의 몸짓을 만날 수 있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의 움직임이 아름답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음악의 표기법과, 상대적으로 명료한 언어 사이의 관계를 다루고자 했다. 음악의 표기법이 언어표현의 도구가 되고, 단어가 다시 음악이 되는 장면을 들으며, 음악과 언어가 표현을 위한 동등한 체계로서 하나의 세계를 공유할 수 있음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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