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목사·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 토끼 간

판소리 수궁가는 토끼와 자라가 주연, 용왕님은 조연. 해결사 자라는 이름만 자라고 절대 안 자면서 돌아다녀. 용궁에 끌려간 토끼는 간을 집에 두고 왔다면서 속임수. 육지에 나와설랑 냅다 도망을 치는데 그만 사냥꾼의 올무에 걸리고 말아. 두 번째 목숨줄이 위태. 마침 쉬파리들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토끼의 애원에 도움을 주는데, 똥구멍에다 유충 구더기들을 실례. 거기다가 용궁에서 내내 참아온 도토리 방귀까지 뽀옹~. 사냥꾼들은 이걸 불에 구워 먹었다간 큰 병에 걸리겠다 싶어 토끼를 숲에다 내던져 버리고 간다. 토끼는 두 번 죽다 살아난 행운의 주인공. 사실 용궁 이야기만 알지 사냥꾼 이야기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또 자라는 어찌 됐을까 안 궁금해? 다른 약재를 들고 병든 용왕님을 살렸다는 게 정설. 하다못해 시장통 순대에다 돼지 간이라도 섞어서 들고 갔겠지.

진사댁 마나님이 마당에서 바늘을 찾고 있었는데, 글공부를 마다하고 만날 주막에서 사는 큰아들과 마주쳤대. “이곳에 바늘을 떨어트린 겁니까?” “아니다. 잃기는 방 안에서 잃어버렸지.” “그러면 방에서 찾으시지 왜 마당에서 찾으십니까?” “너는 왜 네 인생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바깥에서 찾고 다니니? 나도 너에게서 배워 이러고 있다.”

누구 때문에 괴롭고, 누구 때문에 힘들다지만 결국 해결사는 바로 나 자신. 해답을 가까이 두고도 바보처럼 멀리서 찾아. 토끼 간을 찾아다니며 허송세월들이다. 언젠가 권정생 아저씨가 들려준 얘기라는데, 세례식 문답 중에 목사가 신입 교인 할매에게 예수가 누구냐 캐물었어. 잘 모르겠고 해서 “하느님을 아부지라 그러니께네, 내로 해서는 오빠가 되겠지예” 목사가 붉으락푸르락 화를 내더니만 그 할매에겐 세례를 베풀지 않았대. 해결책이 없는 목사네 정말. 신이 여기 있다 저기 있다 떠들지만 바로 당신 곁에 있고, 아니 당신 마음속에 살아 계시지. ‘그는 가까이 계시고, 진리란 쉽다’가 모든 종교의 일관된 가르침. 요새 마당에 꽃들이 만발인데, 친구들 성화에 멀리 꽃구경을 다니고 있다. 동네길과 내 울타리 꽃들에게 미안해. 토끼 간을 찾아다니는 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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