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위한 가장 효과적인 선택지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비영리 주체가 공급 및 운영하는 한국의 사회주택 모델은 30년 임대 의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분양을 통해 ‘단타’를 노리는 방식에 익숙한 민간주택 건설 사업자들로부터 잔소리를 많이 듣긴 하지만, 실제로 집을 지을 계획을 짜다 보면 ‘장타’만이 가지는 쏠쏠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30년간 잘 나가는 집이 되기 위해서는 인구구조, 가구 형태, 산업 환경 등 지금과는 다른 도시를 상상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40대, 50대의 나도 생각하게 되는데, 아마 난 그때도 아파트 한 채 장만하지 않은, 중년 세입자만의 낭만과 여유를 부리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주변의 친구들은 이제 막 30대에 진입했음에도 집에 대한 여유가 남아 있지 않다. 결혼과 육아를 선택하는 타이밍조차 청약 당첨 여부에 따라 정한다. 청약은 천문학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월세-전세-자가’의 주거 사다리를 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선택받지 못한 절반의 세입자들은 민간임대주택에 살면서 벌어지는 격차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경로이탈 없이 주거 사다리의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위협은 부동산 시장으로 수요자를 끌어당기고, 공급자들은 세입자들의 불안을 이용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자가 소유와 임대주택을 대척점에 놓는 정치인마저 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나 짓다 보니 주거 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임대주택 정책 방향을 상당수 분양 주택 공급으로 전환하더라도 세입자의 내 집 마련이 가속화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400만채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고 ‘영끌’을 허용했지만, 자가점유율은 5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의 40년을 돌아보더라도 주거 사다리는 40%의 세입자에게 향하지 않았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단타가 아닌 장타의 주거 사다리를 구축하고, 자가 소유와 임대주택 정책은 보완재로 다뤄야 한다. 꾸준히 공급되는 주택, 줄어드는 인구, 부모 세대로부터 발생하는 부동산 상속까지 고려했을 때, 세입자에게는 단지 주거 사다리를 탈 수 있는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계속 거주권 보장, 주거비 부담 완화, 양질의 주택 공급 등 임대시장 안정화가 이뤄진다면 자가 소유로의 이행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30년짜리 주거 사다리를 상상할 수 있었다면 청약 당첨에 대한 부담도, 격차에 대한 불안도 지금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절반의 국민만 중산층으로 진입시키는 것보다 모든 국민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 되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는 3기 신도시의 임대주택 비율 축소, 주택임대차보호법 회귀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표준임대료, 무기계약갱신권 등 다음 단계의 주거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탄탄하면서도 보편적인 사다리는 세입자의 안전한 토양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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