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장경제 파수꾼 역할 망각하지 말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27일 ‘2022년도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발표했다. 세간의 관심이었던 쿠팡 김범석 의장에 대한 총수 지정은 없었고 법인인 쿠팡(주)이 작년에 이어 동일인을 유지했다. 쿠팡그룹의 지배구조는 2021년 4월 기준 김범석 의장이 차등의결권 적용 시 76.7%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쿠팡Inc가 지분율 100%로 한국 쿠팡(주)을 지배하고, 한국 쿠팡(주)이 다른 국내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미국 쿠팡Inc를 통해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됨이 마땅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여태껏 미적대면서 사실상 특혜를 주고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공정위는 작년 4월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발표 전 민병덕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동일인이란 특정 기업집단의 사업 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범석 의장이 쿠팡Inc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쿠팡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며 마치 동일인으로 지정할 것처럼 했다. 이어 입장을 바꾸어 김범석 의장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어렵다며 결국 법인인 쿠팡(주)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한다는 어떠한 조항도 없고, 쿠팡그룹과 비슷한 지배구조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동일인에서 제외되는지 등의 논란이 일자 외국인 동일인 지정 관련 연구용역까지 맡겼다. 이후 작년 12월 공정위가 받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는 한국에서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국내 경제력 집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한국계 외국 국적 보유 자연인은 총수로 지정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려졌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따라서 공정위가 이번에는 지정할 수 있었음에도, 쿠팡그룹에 대한 현장조사까지 했지만 달라진 사정이 없어 미지정했다며 일축했다.

공정위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와 불공정거래행위 근절, 사익편취 방지 등을 하며 공정한 경쟁을 조성하는 시장경제의 파수꾼이다. 하지만 스스로 그 역할을 부정함으로써 향후 사익편취 규제와 형사처벌 등 법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총수들이 나올 가능성이 커짐은 물론, 동일인 지정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 지난 3월29일 경실련이 발표한 ‘경제 관련 8개 부처 관피아 실태보고서’에서는 취업 승인 결정을 받은 25명의 공정위 퇴직공직자들 중 19명이 민간 재벌 및 대기업으로 취업하여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취업한 민간 재벌기업에는 쿠팡도 있었다. 이러한 퇴직공직자들의 재취업이 공정위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데 일조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가 스스로 떳떳하고, 시장경제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면 김범석 의장 동일인 미지정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조속히 바로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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