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위법인 법무장관의 인사검증권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무장관에게 인사검증권을 부여하는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와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공직정보규정)이 시행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검찰국가를 위한 기초공사가 마무리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세간에는 이 변화를 윤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의 인적관계에만 주목하여 정치 가십처럼 소비하고 있지만 민주공화제가 우리 모두의 공존을 위한 공동선임을 동의한다면 이번 사태를 헌정 차원에서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법무부를 넘어 대통령실, 국무총리실은 물론 국가정보원, 금감원, 공정위까지 법집행기관에 검찰출신들을 전진 배치하는 ‘검찰형 하나회’의 출현은 법무부의 검찰화만으로도 검찰국가의 우려를 낳았던 공권력 사유화의 폐단을 넘어 헌정 차원에서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시대착오적 권력구조 개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87년체제에서도 제왕적 대통령 현상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의 인사권과 정보권의 오·남용에서 나온다. 인사와 정보의 독과점은 법집행기관이 언론과 시민사회의 공론을 장악하고 국회 등 공직사회를 사정의 제물로 삼아 독재정권을 보위하는 핵심이다. 민주공화국은 국가정보,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분권화와 상호견제구조를 구축하여 정치적 편향성을 제어하고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이 정치와 거버넌스를 좌우하는 정치체제를 추구한다.

이번 법무장관의 인사검증권 확보는 단일국가의 중앙집권구조에서 사법집행기관이 정보기관까지 겸하는 기능전환을 제도화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법무장관이 좌우할 수 있는 법무장관의 제왕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반민주공화적이다. 국무총리, 감사원장은 물론 대법원과 헌재 등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헌법기관의 공직자에 대한 인사정보를 수집·관리하는 사무를 현직검사에서 발탁된 법무장관이 관장하게 되면서 검찰형 하나회의 집권기반이 구축되는 형국이다.

더구나 이처럼 중차대한 헌정변화를 수반하는 권력구조의 개편을 단지 행정입법의 일부개정만으로 감행하는 검찰형 하나회의 무모함이 가공스럽다. 연방국가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행정권을 대통령 1인에게만 전속시킨 미국과 달리 대통령이 수반이기는 하지만 그에게만 행정권을 전속되지 않고 국무총리를 포함한 행정부와 더불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행사하도록 분권형 집단주의를 권력구조에 심어 두고, 정부조직에 대한 기본설계를 국회에 위임한 헌법제정자의 예지를 법률도 아닌 대통령령으로 전복시킨 것이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본질이다.

헌법 제96조는 행정조직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정부조직법 제2조제1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조직법상 인사사무는 국무총리소속의 인사혁신처에 있으며 법무부의 소관사무에 인사사무는 없다. 법무장관이 인사검증권을 보유하고 그 담당기관을 두려면 정부조직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대통령령인 공직정보규정의 개정만으로 이러한 법률주의를 무력화할 수 없다. 법무부는 정부조직법 제6조의 권한위탁조항을 근거로 내세우는 모양인데 애당초 이 권한위탁규정은 정부조직법상 직무범위의 ‘비본질적’ 사항의 위탁에 관한 규정으로서 인사검증과 같이 본질적 권한위탁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음이 이 조항의 시행령인 행정위임위탁규정에 명확히 선언되어 있다. 공직정보 규정 제10조의2에서 대통령 인사대상의 경우에 한하여 원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공직검증권을 위탁한 것은 국무총리 등 헌법기관의 공직검증권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는 것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었다. 이 또한 정부조직법에 규정할 법률사안이라는 지적이 있어 온 마당에 법무장관에게 대통령령으로 공직검증권을 부여한 것은 정부조직법 위반을 넘어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법무장관은 그 자체가 온전한 헌법기관이 아니고 그 소관사무도 법률로 정해지는 법률상 중앙행정기관일 뿐이다. 또한 법무장관은 소관행정권의 집행과 관련하여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는 지위에 있고, 애당초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국무위원으로 임명된다는 점에서 인사권에 관여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포괄적 인사정보까지 관리하게 되는 것은 헌법에서 국무총리에게 행정권의 2인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한 것과 조화되기 힘들다.

제왕적 대통령의 종식을 표방하는 청와대 국민반환이라는 화려한 쇼가 사실은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는 시대착오적인 ‘검찰형 하나회’에 기반한 제왕적 법무장관의 출현이라니 깻잎 한 장에 비견되는 대선의 전리품치고는 너무 과하지 않은가.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퇴행치고는 너무 황망하지 않은가.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