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함마드 라술로프, There is no evil, 2020 ⓒMohammad Rasoulof

모함마드 라술로프, There is no evil, 2020 ⓒMohammad Rasoulof

공공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선택과 결단이 공공의 이익에서 비껴가는 일은 무수히 많다. ‘공공’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을 규정하기 어려운 점도 원인이지만, 결정의 내막에 숨겨진 권력자의 이해관계가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을 기묘하게 비틀어 놓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란 남부 아바단의 ‘메트로폴 빌딩’이 붕괴하면서 43명이 사망했다. 시민들은 억압의 방식으로 비효율적인 통치를 이어가는 부패한 국가가 부실공사를 무책임하게 방치한 결과, 무고한 시민들이 사망했다는 현실에 분노하며 무능력한 이들의 기소를 요구했다. 결국 사법부는 아바단 전·현직 시장을 비롯하여 20명을 구속기소했지만, 그에 앞서 시위에 참여한 모하마드 라술로프, 무스타파 알레흐마드, 자파르 파나히 등 이란의 대표적인 예술가들을 ‘사회의 안전’을 해친 혐의로 체포했다.

이란의 폐쇄성과 예술가를 핍박하는 현실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라술로프는 이란이 국가 권력을 작동시키는 방식을 사형집행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사탄은 없다’를 통해 드러냈다. 인구수 대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형 집행률을 보이는 이란은, 미성년자 사형은 말할 것도 없고, 명확한 규정과 체계 없이 이루어지는 부당한 판결을 근거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사형을 집행하여 권력의 힘을 과시·강화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는 행정당국이 생계·노동·생존과 사형을 결부시켜 국가의 존재를 이어나가는 현실, 그 권력의 민낯을 폭로했다. 사형집행자는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권력자의 지시를 따라야 하고 이를 어길 시 불이익을 받는다. 법의 테두리에서 죽고 죽이는 일은 온전히 피지배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며, 이를 배후 조종하는 권력의 잔혹함은 영혼을 파괴하지만, 누구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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