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레오 카스텔리 갤러리의 ‘달러 사인’ 전시 설치 모습, 1982. ⓒ Castelli Gallery

앤디 워홀, 레오 카스텔리 갤러리의 ‘달러 사인’ 전시 설치 모습, 1982. ⓒ Castelli Gallery

잊을 틈 없이 지속적으로 문화예술계, 학계에서 터지는 표절 소식은 창작과 연구의 핵심을 돌아보게 만든다. 왜 연구의 부정행위는 사라지지 않으며, 왜 점점 더 많은 창작자들이 ‘오마주’ ‘패러디’ ‘패스티시’ ‘샘플링’ ‘레퍼런스’ 등의 단어 뒤에 서 있을까.

대중음악계의 표절 뉴스를 따라 유튜브 영상을 돌려보면서, 어디에서 어떻게 손대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해 있는 ‘유사한’ 음악 만들기 풍조에 지쳐갈 때쯤, ‘머니코드(money chords)’라는 단어를 보았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서 유명 히트곡에 많이 쓰인다는 이 코드는 시대의 유행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단다. 분석해 놓은 내용들을 보니 동일한 코드를 공유하는 유명한 팝송, 가요가 너무 많다. 돈을 벌어다준다는 머니코드 안에서 새로운 곡을 만들려니 다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는 댓글을 보면서, 돈이야말로 말이 안 되는 것도 합리화하는 설득력 있는 도구가 된다는 생각을 했다.

미술계에도 ‘머니코드’라고 할 법한 게 있을까. 기업가들 사이에서 ‘붉은 그림’이 돈을 벌어다준다는 소문이 돈 후에, 창고에 있던 붉은 그림이 모두 팔려나갔다는 작가의 에피소드를 참고해본다면, ‘붉은색’은 일종의 머니코드겠다.

상업주의와 문화예술의 관계를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한 작가로 꼽히는 앤디 워홀은 1982년 1월 뉴욕 레오 카스텔리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 ‘달러 사인’을 출품했다. “나는 벽에 걸린 돈이 좋다. 그림을 사려 한다면 돈을 묶어 벽에 걸어두는 게 좋겠다. 누군가 당신을 방문했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벽에 걸린 돈이 될 것이다.” 돈에 대한 욕망을 솔직하게 담고 있는 이 작품 역시 머니코드를 사용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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