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서로에 대한 연민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5,292. 어제 0시 기준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누적 사망자의 숫자이다. 하루 전보다 29명이 증가하였다. 전 세계적으로는 643만8467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하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했고, 한 건 한 건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 풀 꺾인 줄 알았던 이 질병이 변이를 통해 다시 유행하고 있다. 확진자 수는 물론 사망자 수와 위중증자 수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을 함께 애도하는 것, 위험을 경계하는 것, 헌신하는 이들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어느새 우선순위가 높은 일은 아니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단적인 고립을 경험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타인의 안부를 챙겼던 그때와 달리, 조심하고 경계하는 것은 유별난 일이 되고 있다. 실체에 대한 궁금함을 불러일으켰던 정부의 과학방역은 그 내용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했고 가치를 입증해내고 있지 못하다. 무엇을 막아야 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무엇이 허용되는지의 경계선은 모호해지고만 있다. 대응은 느슨해졌고, 일하지 못하여 생기는 소득의 상실이건 죽음이건 이 질병의 피해는 각자 알아서 감수해야 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무심해진 것은 뉴스도 마찬가지이다. 숨겨진 확진자로 인해 실제 확진자 수는 드러나는 것의 2~3배에 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분석과 대응책은 어디서도 뚜렷하게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위드코로나의 시대라고 해서 이런 것일까? 위드코로나라고 하여도 이는 ‘현명하게 위험을 줄이고 관리하면서 함께 가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지, 마냥 위험이 없는 것처럼 지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위드코로나라는 것이 공동의 대응은 최소화시키고, 각자 알아서 대비하고 대응하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일상을 지켜내되 최소한 함께 공유하는 우려와 지침, 지지가 되는 안전망의 존재가 있어야 위험의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 같이 무심결에 어떤 대응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상황인 것일까? 집합적인 대응에 대한 기대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긴 시간에 걸친 어려움을 겪어오면서 어쩌면 우리는 지치고 무감각해졌을 수 있다. 오랫동안의 단절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눈과 귀를 닫고 지금 내가 괜찮으니 모두 다 괜찮다고 되뇌는 것도, 분별없는 공포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특히 이렇게 사실상 각자 위험에 대처해야 하는 경우에 위험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모두가 무작위로 같은 확률의 위험을 안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어리거나 나이 들거나 아픈 사람들이 더욱 위험에 취약하다. 공동의 위험관리와 대응 없이는 각자 알아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각자도생의 사회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서로 의존하는 존재이다. 연결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공감을 통해 위로받는다. 다른 이가 겪는 고통에 공감하고 소중히 하는 마음에서 연민이 솟아난다. 이렇듯 상대방을 향한 연민이 각자 조심하게 만들고 서로를 살리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시대로 다시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외면하고 시야를 좁혀 생존하는 방법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고통은 숫자 뒤로 감춰진다. 타인을 향한 연민은 옅어지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각자의 행동과 방역정책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의 무게는 가벼워지고만 있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중환자실에 있고, 목숨을 잃고 있다. 한 생명의 무게는 여전히 가늠할 수 없이 무겁고, 사람을 소진시키는 이 무더위에도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여전히 거기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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