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국가위기관리 책무성

조경환 행정학박사·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기후위기는 실존적 뉴노멀이다.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치의 ‘물 폭탄’을 맞은 8월8일의 서울 강남 일대는 국가위기관리 능력의 현주소이다. 2년8개월 동안 전 세계 648만명을 앗아간 코로나19 팬데믹은 그 끝을 모른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와 시진핑의 중국, 그리고 김정은의 북한은 군사적 위력을 갈수록 강하게 투사한다. 전통의 군사위협이 엄존하는 속에 비전통적 도전요인의 교집합 영역이 넓어진다. 생명안전과 존엄한 삶을 보장받으려는 국민의 욕구는 위기의 크기와 속도에 비례하여 커진다. 기성의 질서는 약점을 드러낸다. 과거 위기들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은 신흥의 위기를 다루는 데 역부족이다.

조경환 행정학박사·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조경환 행정학박사·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국가위기의 파고는 돌발적이고 불가항력적으로 또 온다. 오만과 방심을 파고든다. 그래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존재한다. 위기관리의 책임·실무·조정통제기관 간 유기적 역할 분담과 협력시스템 말이다.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상황판단 정보를 적기에 공유한다. 표준 및 실무·현장매뉴얼을 가지고 대비한다.

국가위기관리 잘못에서 자유로울 정부는 역대로 없다. 그 잘못의 근저에 재난재해의 국가책무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당선인 시절인 2003년 1월 ‘인터넷 대란’으로 불리는 사이버 기간망 마비에 이어, 2월에는 192명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화재를 겪었다. 5월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물류대란이 났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과 위기관리메뉴얼이 그때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슬림한 청와대’를 지향하면서 대통령실의 기능은 줄이고 행정 각부의 권한을 강화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시 대통령보고 지연사태는 대통령실의 기능 복원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2009년 5월에서 2010년 8월 사이의 신종플루, 2010년 11월 전국 11개 시·도와 75개 시·군·구로 번진 구제역에서 초기 안이한 대응과 부처 간 혼선은 위기관리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인재로 평가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안보실은 안보분야만 책임지고 정부 재난대응의 실질적 컨트롤타워는 안전행정부에 맡겼다. 2014년 4월의 세월호 비극은 청와대 최초보고 지연과 판단 잘못, 대통령의 상황인식 결여와 직무 유기성의 책임회피가 이어지면서 국민 분노를 더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통 안보위기는 국가안보실장, 재해재난 등은 안보실장과 비서실장 공동의 컨트롤타워를 세웠다. “중대 재난재해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고 대통령이 나서서 외쳤다. 실제 운용은 달랐다. 2020년 1월 코로나19 초기 대응과 백신 대책에서 청와대는 늘 후행했다. 비서실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보실장은 대형산불 때마다 청와대의 책임을 피하는 발언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

전통적인 군사, 안보, 외교만이 대통령이 직접 통솔하는 분야로 인식되는 시대는 종언을 고한 지 오래다. 팬데믹의 전개 국면에서도 상황이 나빠지기만 하면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로 옮겨간다. 어떤 국가위기일지라도 부처의 책임과는 상관없이 궁극적으로는 이제 그 책임이 대통령에게 귀속하게 된다. 언론과 야당은 소관 장관을 공격하기 전에 대통령의 위기관리능력을 문제 삼는다. 국민은 대통령의 책임 범위 및 기대치 안에 국가위기관리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팬데믹 같은 국가위기 관리는 “국가 능력, 사회적 신뢰, 리더십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전통, 비전통 안보위기가 복합하는 포괄적인 안보 위기는 필연적으로 국가를 소환한다. 국가위기의 최고 의사결정 그룹이 그 위기를 대통령 수준에서 직시하는 것이 위기관리 시스템 작동의 출발이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국가위기관리센터이고 컨트롤타워이다. 국가안보실장이 비서실장과 함께 센터의 총괄책임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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