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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나라살림, 2023년으로 끝나지 않는다
관료조직은 정치적 책임 때문에 무얼 하기 쉽지 않으며, 선출직 공무원들은 경제 논리에 무지하여 무얼 하기 쉽지 않다이런 상황을 극복할 ‘집단 지성’의 총화가 바로 국회의 존재 이유 아닌가. 22대 국회는 난맥상의 나라살림부터 바로잡으라‘민생’ 과제를 무시한 채 특검법부터 올리는 ‘정쟁’이 난무한다면 ‘이념도 정책도 없는 집단’이란 비판은 국회로도 옮겨붙게 될 것이다2023년 나라 살림의 결과가 나왔다. 황당함을 넘어 처참하다. 차라리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틈만 나면 공언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 교과서의 ‘균형 재정’이라도 실현되었다면 좋았겠다. 그런데 현실은 그것도 아니다. 목표나 이념은 고사하고 이유도 모호한 채 나라 살림이 크게 허물어졌으며,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약조차 없다.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본래 계획된 58조2000억원을 무려 29조원이나 넘은 약 87조원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여러 시민단체의 분석에 따... -
보수 담론의 혁신을 기다린다
기억하시라진보 혹은 좌파가 되려 스탈린·김일성주의자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없듯보수 혹은 우파가 되려 이승만주의자 일제지배 찬양론자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냉전 유산과 트라우마에 붙들리지 않고 21세기의 현실을 따라잡기 위해 과감한 혁신을 할 줄 아는 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린다얼마 전 보수 진영에서 홍보에 열을 올리던 이승만 관련 영화가 상영되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폄훼와 왜곡에 가려진 이승만의 본모습을 회복하여 그를 명실상부한 ‘국부’의 자리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내용과 취지를 가진 영화라고 한다. 안타까웠다. 지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의 현재 상태에서 보수 진영과 보수 담론이 마땅히 차지해야 할 자리가 있고 응당 기여해야 할 바가 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힘을 쏟고 있는 한국 보수 세력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20세기 기억의 잔재에 붙들려 있는 대한민국 보수 담론의 현재 상태를 다시... -
플랫폼 정당, K스타일
총선을 앞두고 지금 K스타일 플랫폼 정당은 아예 정당을 통째로 들여다 앉히는 거대 플랫폼으로까지 진화하였다.최대 문제는 ‘강령’으로서의 플랫폼 정당의 실종이다. 미래 비전을 그려내고 실천 방침을 구체적 제시하는 논의는 또 기대난망이다.오로지 의석 하나라도 더 확보하는 데 어떤 행보가 유리한가를 따지는 개인과 집단의 정치공학만 요란할 뿐이다.지난 총선 정도부터 ‘플랫폼 정당’이라는 말이 무슨 신박한 정치 혁신이라도 되는 듯 떠돌기 시작했다. 거대정당 군소정당 진보정당 보수정당 모두가 ‘플랫폼 정당’을 자칭하거나 지향한다고 표방하였다. 특히 지난번 총선에 도입된 K스타일 ‘준연동형 비례제’와 맞물려 이러한 경향은 더욱 더 가속화되었다. 무슨 미사여구로 어떻게 포장하든, 무슨 외국의 예를 끌고 와 어떤 논리를 풀어놓든 나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다. 내 눈에는 그저 6공화국 대의제 정치의 한없는 추락의 증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러한 추락을... -
‘부자 포퓰리즘’의 정치공학
대의제 민주주의에서‘다수’란 실제 다수가 아닌 ‘효과적 다수’ 선거공학서 의미를 갖는 힘의 크기를 뜻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누가 더 효과적으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지는 분명하다 진정한 다수가 각성하여 크게 통합되게 하는 새로운 정치 공학이 탄생하지 않는 한‘부자 포퓰리즘’은 성립할 수 있는 선거 전략감세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이 뜨겁다. 그럴 법도 하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발표된 것들 중 당장 기억나는 것 몇 가지만 들어보자. 결혼 증여세 부과 기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이 줄줄이 발표되었거나 의제로 제기되었다. 그냥 감세가 아니다. 부자 감세이다. 유리지갑을 호소하는 갑근세 납세자들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가 아니라, 그야말로 부자 감세라는 점을 진보매체 ... -
극우파의 ‘슬픈 정념’이 몰려온다
지금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극우파 정치의 바람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새로운 삶의 질서가 태어나지 않는 가운데, 세상 에너지가 ‘슬픈 정념’으로 변질되고 썩고 있는 현상일 뿐이다안토니오 그람시의 말대로, ‘낡은 것은 죽었는데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고 있는 순간, 그때가 위기’인 셈이다전 세계, 특히 유럽과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파 정당의 약진에 관해 함께 생각해보도록 한다. 이런 일들이 왜 벌어지는지,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지게 될지에 대해 좀 더 긴 역사적 시각에서 그리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부족한 생각을 나누어보고자 한다.지난 11월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가 당선되었다. 아르헨티나 하면 떠오르는 두 단어, 즉 페론주의 이후의 좌파 포퓰리즘 정치 그리고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경제위기를 밀레이는 연결시켰다. 현재 경제위기의 모든 책임을 좌파 정권으로 돌리면서, 중앙은행을 폐쇄해버리고 자국 통화인 페소도 폐...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탈지구화’의 시대
지구화는 반드시지구 차원의 평화 체제와함께 가게 되어 있다강대국들끼리 갈등이자주 터진다면,지구화가 이루어질 수는없는 일이다이스라엘 - 하마스 전쟁을기점으로 어쩌면예민하고 복잡한 전쟁이곳곳서 이어질 수 있다결국 힘 잃은 지구화는‘탈지구화’ 국면으로들어갈 것이다 지구화는 돌이킬 수 없이상처를 입었다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온 세계가 숨죽이고 가자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서 지금 세계가, 또 지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좀 큰 그림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온 세계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오가는 단어는 ‘탈지구화 deglobalization’이다. 이 ‘탈지구화’라는 말은 2020년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어휘이지만, 특히 작년의 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국·중국 무역 갈등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지... -
‘감세 집착증’에 대한 의문
갈수록 자산계급은 부의 증대를 누리고, 산업 경제는 침체돼 부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그런데 이러한 모순을 바로잡을 최후의 보루인 정부는 누적되는 정부 부채로 갈수록 손발이 묶이게 될 것이다그래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어째서 윤석열 정부는 ‘감세 정책’에 그토록 집착하는가정부에서는 정부 지출을 큰 폭으로 줄여 ‘균형 재정’으로 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어폐가 있다.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지출보다 훨씬 큰 폭으로 세수가 줄어 실제로는 ‘균형 재정’이 아닌 ‘적자 재정’으로 치닫고 있다. 법인세를 비롯해 크고 작은 부분에서의 전면적인 감세정책으로 인해 올해 7월까지도 세수 진도율은 53%에 머물고 있으며, 연말이 되면 50조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의 감세 기조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내년이 더 걱정이다. 이미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의 세수 계획을 보게 되면 내국세만 10% 정도를 줄여 놓았다. 월 400만원으... -
이해 못할 SPC의 ESG 등급
노동자의 잇단 죽음으로 작년에 국회 환노위서 집중적 질타 받았던 SPC ESG 평가는 3년 내리 B+‘S’ 항목선 계속 A 받아 전 국민 불매운동 기업이 어떻게 최우수를 받을까 ESG 담론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냉소를 한국서도 읽게 돼 내년에 SPC의 ESG 공시 특히 ‘S’ 항목의 등급을 난 반드시 찾아볼 것이다 이는 미사여구 횡행하는 한국 ESG 담론에 대한 평가가 될 터이니까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말이 되어가고 있다. 2005년 유엔에서 문서 ‘돌볼 줄 아는 이가 이긴다(Who Cares Wins)’를 출간한 때를 전후해 블랙록 등 지구적 규모의 굴지 투자기관들이 ‘지속 가능한 투자’를 외치기 시작했다. 기업도 투자자도 또 그들이 만나는 장(場)인 자본시장도 모두 사회, 더 넓게는 지구적 생태계에 안겨 있는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 -
시럽급여, 적나라한 저소득자 ‘혐오’
가진 것 없는 이들에 대한 혐오는 가장 보편적이고 자주 자행되는 문명의 ‘못된’ 버릇이다‘시럽급여’ 등의 자극적인 언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나는 또 한번 이게 적나라한 ‘혐오’라는 생각이 들었다햄릿의 유명한 독백 중 하나는 ‘insolence of office’인데, 한 영문학자는 이렇게 번역했다. ‘고위 공직자들은 우리들을 개·돼지로 본다’나는 ‘혐오’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잘 쓰지도 않는다. 현실에 이런 현상이 없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사회의 위계 구조에서 자신들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한마디로 ‘만만해 보이는’ 이들이라고 해서 마구 편견과 공격을 퍼붓는 행태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걸 일률적으로 ‘혐오’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면서부터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남들을 공격하기 위해 이 말을 남용하고 오용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혐오’가 다른 ‘혐오’를 줄줄이 새끼치기하는 현상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하지만 ... -
주목해야 할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현상
국제변동과 미국 내 위기가 맞물리게 될 경우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어디로 가게 될까 또 지구화에 깊숙이 물든 한국의 미래와 선택도 갈수록 풀기 어려운 문제가 돼가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돌풍의 성과를 떠나 그가 표상한 현상의 의미를 짚어봐야 할 이유다 이제 세상은 ‘공식적 주류 담론’만 보다 이해할 수 없는‘앨리스의 이상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도 2020년처럼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두 노인의 김빠진 2차전으로 귀결될 듯 보였다. 그런데 민주당 쪽에서 작지만 중요한 이변이 등장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6월 초에 있었던 CNN 등의 세 군데 여론조사 평균으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20%의 지지를 획득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그에 대한 지지를 고려해보겠다고 호의적으로 응답한 이들이 44% 더 나왔다. 물론 아직 바이든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