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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의 끝, 정치경제학의 부활을 기다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21세기의 학문은 경제학과 정치철학을 다시 하나로 결합시킨 ‘정치경제학’이다나아가, 인류가 전 지구의 자연을 공유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의 산업사회에서는 ‘지구정치경제학’이 생겨나야만 한다진정한 의미의 ‘부’와 ‘좋은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 근원적인 철학적 문제서 구체적 현실 정책까지 연결시킬 지구정치경제학의 부활이 필요하다갑자기 밀어닥친 가을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이번 여름은 길고 더웠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펄펄 끓었다. 지난 6일 유럽연합의 기후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의 발표에 따르면, 올 8월의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1도가 상승했다. 게다가 2023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의 평균기온 또한 산업화 이전보다 1.64도 높아졌다. 지구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이야기되는 1.5도 상승의 한계가 이미 뚫린 것 아니냐는 암울한 가능성을 던지고 있... -
이념 공세 대신 국민 서사를
어느 민족의 서사든그것은 끊임없이 다시 쓰이고 지워지고 또다시 쓰이는 과정 속끝없이 변화하게 된다그렇게 집단 내러티브를다시 쓰게 만드는 원천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이다한국의 내러티브를 맡는 국책기관들은 과거를 보지 말고 지금을 보아야 한다 또 험한 파도로 밀려오는 미래를 보아야 한다우리의 서사는 우리 스스로 써야 한다민족은 상상의 공동체이다. 그래서 위대하고 강력하다. 세상의 어느 공동체 어느 집단적 정체성 중 상상의 산물이 아닌 것이 있는가.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이유 말에 따르면, “우리들 현실 생활의 4분의 3은 상상과 허구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는 그 상상과 허구가 사람들의 머리가 아니라 마음 깊이 파고드는 설득력과 감화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래서 성원들 개개인에게는 자신의 존재와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정체성을 심어주고 집단 전체에게는 모두의 밝은 미래를 위해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는 응집... -
대한민국 ‘중산층 기준’의 패러독스
각종 경제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상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 잘사는 나라인가?많은 이들은 경제적 독립성과 자유를 자기 것으로 하기 위해선 상위 20퍼센트 수준에 도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가난한 나라인가?우리나라 통계상 중산층은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은 잘사는 나라인가 가난한 나라인가 질문은 패러독스, ‘알쏭달쏭한 역설’이다‘서울에 30평짜리 아파트 자가 소유, 부채 없음, 현금 및 금융 자산 1억원 이상, 자녀 2명, 매년 해외여행 1회 이상….’항간에 떠도는 중산층의 기준이다. 한눈에 보아도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일단 부채 없이 서울에 30평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금융자산까지 1억원이 있다면 가계순자산은 거의 확실하게 10억원이 넘는다. ‘2023년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가계순자산이 10억원을 넘는 가구는 상위 10.3%에 해당한다. 소득과 소비는 가구의 크기와 여러 조건에 따라 일률... -
국민투표가 필요하다
막강한 힘을 가진 의회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버티고 있는 행정부헌정의 정상적 작동은 이미 중단된 상태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바로 국민들이다모든 해결의 실마리는 윤 대통령의 손에 있다 배짱이 필요하다본인과 주변 비위 사실을먼저 깨끗이 씻으라또 하반기 정책 과제로 큰 걸 내놔야 한다그것으로 국민투표에 나서라1968년 프랑스 파리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대학생들의 봉기와 노동자들의 동조로 그해 5월 파리는 완전한 ‘해방구’ 상태였다. 이에 당시 드골 대통령은 초강수를 두었다. 국민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선언한 것이다. 이 선거에서 ‘공산당의 역사적 배신’으로 결국 우파가 다수 의석을 점하게 되었으니, 드골은 자기의 통치력의 정당성을 회복한 셈이었다. 하지만 드골은 대통령 자리라는 것이 의회에서의 다수 의석으로 안일하게 지켜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파리를 시작으로 프랑스 전국을 휩쓴 저항의 물... -
처참한 나라살림, 2023년으로 끝나지 않는다
관료조직은 정치적 책임 때문에 무얼 하기 쉽지 않으며, 선출직 공무원들은 경제 논리에 무지하여 무얼 하기 쉽지 않다이런 상황을 극복할 ‘집단 지성’의 총화가 바로 국회의 존재 이유 아닌가. 22대 국회는 난맥상의 나라살림부터 바로잡으라‘민생’ 과제를 무시한 채 특검법부터 올리는 ‘정쟁’이 난무한다면 ‘이념도 정책도 없는 집단’이란 비판은 국회로도 옮겨붙게 될 것이다2023년 나라 살림의 결과가 나왔다. 황당함을 넘어 처참하다. 차라리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틈만 나면 공언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 교과서의 ‘균형 재정’이라도 실현되었다면 좋았겠다. 그런데 현실은 그것도 아니다. 목표나 이념은 고사하고 이유도 모호한 채 나라 살림이 크게 허물어졌으며,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약조차 없다.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본래 계획된 58조2000억원을 무려 29조원이나 넘은 약 87조원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여러 시민단체의 분석에 따... -
보수 담론의 혁신을 기다린다
기억하시라진보 혹은 좌파가 되려 스탈린·김일성주의자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없듯보수 혹은 우파가 되려 이승만주의자 일제지배 찬양론자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냉전 유산과 트라우마에 붙들리지 않고 21세기의 현실을 따라잡기 위해 과감한 혁신을 할 줄 아는 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린다얼마 전 보수 진영에서 홍보에 열을 올리던 이승만 관련 영화가 상영되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폄훼와 왜곡에 가려진 이승만의 본모습을 회복하여 그를 명실상부한 ‘국부’의 자리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내용과 취지를 가진 영화라고 한다. 안타까웠다. 지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의 현재 상태에서 보수 진영과 보수 담론이 마땅히 차지해야 할 자리가 있고 응당 기여해야 할 바가 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힘을 쏟고 있는 한국 보수 세력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20세기 기억의 잔재에 붙들려 있는 대한민국 보수 담론의 현재 상태를 다시... -
플랫폼 정당, K스타일
총선을 앞두고 지금 K스타일 플랫폼 정당은 아예 정당을 통째로 들여다 앉히는 거대 플랫폼으로까지 진화하였다.최대 문제는 ‘강령’으로서의 플랫폼 정당의 실종이다. 미래 비전을 그려내고 실천 방침을 구체적 제시하는 논의는 또 기대난망이다.오로지 의석 하나라도 더 확보하는 데 어떤 행보가 유리한가를 따지는 개인과 집단의 정치공학만 요란할 뿐이다.지난 총선 정도부터 ‘플랫폼 정당’이라는 말이 무슨 신박한 정치 혁신이라도 되는 듯 떠돌기 시작했다. 거대정당 군소정당 진보정당 보수정당 모두가 ‘플랫폼 정당’을 자칭하거나 지향한다고 표방하였다. 특히 지난번 총선에 도입된 K스타일 ‘준연동형 비례제’와 맞물려 이러한 경향은 더욱 더 가속화되었다. 무슨 미사여구로 어떻게 포장하든, 무슨 외국의 예를 끌고 와 어떤 논리를 풀어놓든 나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다. 내 눈에는 그저 6공화국 대의제 정치의 한없는 추락의 증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러한 추락을... -
‘부자 포퓰리즘’의 정치공학
대의제 민주주의에서‘다수’란 실제 다수가 아닌 ‘효과적 다수’ 선거공학서 의미를 갖는 힘의 크기를 뜻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누가 더 효과적으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지는 분명하다 진정한 다수가 각성하여 크게 통합되게 하는 새로운 정치 공학이 탄생하지 않는 한‘부자 포퓰리즘’은 성립할 수 있는 선거 전략감세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이 뜨겁다. 그럴 법도 하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발표된 것들 중 당장 기억나는 것 몇 가지만 들어보자. 결혼 증여세 부과 기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이 줄줄이 발표되었거나 의제로 제기되었다. 그냥 감세가 아니다. 부자 감세이다. 유리지갑을 호소하는 갑근세 납세자들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가 아니라, 그야말로 부자 감세라는 점을 진보매체 ... -
극우파의 ‘슬픈 정념’이 몰려온다
지금 전 지구를 휩쓸고 있는 극우파 정치의 바람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새로운 삶의 질서가 태어나지 않는 가운데, 세상 에너지가 ‘슬픈 정념’으로 변질되고 썩고 있는 현상일 뿐이다안토니오 그람시의 말대로, ‘낡은 것은 죽었는데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고 있는 순간, 그때가 위기’인 셈이다전 세계, 특히 유럽과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파 정당의 약진에 관해 함께 생각해보도록 한다. 이런 일들이 왜 벌어지는지,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지게 될지에 대해 좀 더 긴 역사적 시각에서 그리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부족한 생각을 나누어보고자 한다.지난 11월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가 당선되었다. 아르헨티나 하면 떠오르는 두 단어, 즉 페론주의 이후의 좌파 포퓰리즘 정치 그리고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경제위기를 밀레이는 연결시켰다. 현재 경제위기의 모든 책임을 좌파 정권으로 돌리면서, 중앙은행을 폐쇄해버리고 자국 통화인 페소도 폐...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탈지구화’의 시대
지구화는 반드시지구 차원의 평화 체제와함께 가게 되어 있다강대국들끼리 갈등이자주 터진다면,지구화가 이루어질 수는없는 일이다이스라엘 - 하마스 전쟁을기점으로 어쩌면예민하고 복잡한 전쟁이곳곳서 이어질 수 있다결국 힘 잃은 지구화는‘탈지구화’ 국면으로들어갈 것이다 지구화는 돌이킬 수 없이상처를 입었다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온 세계가 숨죽이고 가자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서 지금 세계가, 또 지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좀 큰 그림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온 세계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오가는 단어는 ‘탈지구화 deglobalization’이다. 이 ‘탈지구화’라는 말은 2020년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어휘이지만, 특히 작년의 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국·중국 무역 갈등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