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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임노동의 쇠퇴
    임노동의 쇠퇴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의 주역으로 밀고 들어오는 시대에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과 노동자의 위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어느 경제사상가가 일찍이 1858년경에 남긴 문장을 여기에 인용해본다.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실물적인 부를 창출하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 여러 도구들의 힘에 점점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생산 과정의 가장 주요한 행위가가 아니라 생산 과정의 외부에 서게 되는 것이다… 생산과 부를 떠받치는 주요한 기둥은 이제 더 이상 인간 스스로가 수행한 직접 노동도 아니며 그의 노동 시간도 아니다… 직접적인 형태의 인간 노동이 더 이상 부의 원천이 아니게 되는 순간 필연적으로 노동 시간도 더 이상 부를 측량하는 척도가 될 수 없게 되며, 또한 필연적으로 교환 가치도 더 이상 사용 가치의 척도가 될 수 없게 된다. 교환 가치에 의존하는 생산 양식은 이에 무너지게 된다.”놀랍게도 이 글을 쓴 이는 카를 마르크스이다. 그렇다. 모든 가치와 ...

    2025.07.07 20:21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창조하라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창조하라

    2022년 이후 지난 3년은 새 형태의 국가를 마련할 소중한 골든타임이었다 하지만 윤 정부는 이를철저히 묵살했다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정부는 작은 국가와 균형 재정의 족쇄를 끊고 똑똑한 국가와 적극적 재정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새 정부가 길을 잃지 않고 꿋꿋이 전진하기 위해서는박정희·김대중 국가 뒤잇는새 국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대적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오늘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반년 이상 대한민국을 가두었던 길고 어두운 불안과 우울을 일소하고 밝은 미래를 열어젖힐 유능하고 현명한 정부가 들어설 것으로 믿는다. 지금은 그 정부의 역사적 성격과 시대적 과제라는 큰 질문을 던지고 새겨보아야 할 때이다.새 정부는 내란의 종식과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당면 과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창조해야 하는 무겁고 큰 사명을 지니고 있다. 국가는 사회 전체와 어떠한 관계를 맺느...

    2025.06.02 20:52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해도에 없는 바다’로 들어선 세계
    ‘해도에 없는 바다’로 들어선 세계

    트럼프 정권의 출현과 세계 질서의 혼란은 미국이란 ‘제국’이 내부 반란으로 ‘내파’를 겪게 된 결과다세계 질서 변화의 향방은 당분간 오리무중서 벗어나지 못할 듯싶다. 1930년대의 경험을 반추해도 큰 도움이 안 된다여기에 기후위기와 급격한 기술 전환 같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까지 덮쳐온다. 온 세계가 ‘해도에 없는 바다’로 들어선 셈이다‘역사는 운(韻)을 맞출 뿐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미국에서의 트럼프 세력의 폭주와 그로 인해 출렁거리는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현 상태를 보는 많은 이들이 1930년대와 현재를 비교하고 있다.물론 많은 유사점이 있다. 1930년대에도 자유무역과 입헌주의에 근거했던 19세기의 세계 질서가 근본부터 무너져버린 바 있었고, 오늘날에도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내걸고 근 40년간 세계화를 이루며 형성되어온 세계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하지만 1930년대와 오늘날의 세계 질서 변화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

    2025.04.28 20:16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트럼프 이후의 민주주의
    트럼프 이후의 민주주의

    20세기 이후 주요 성과인복지국가·민주주의 질서는미국 주도 세계 질서 덕에가능했던 역사적 산물이다만약 미국이 역할을 포기기존의 세계 질서가 혼돈 상태로 되돌아가면 앞날을 기약하기 힘들다시간은 1930년대로 되돌아가는지도 모른다자유무역과 금본위제가 그때 끝장이 나고 파시즘·뉴딜이란 신질서가 국내외적으로 자리 잡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였다트럼프 이후의 세계 또한 다시 거대한 전환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른다트럼프 정권의 파천황적인 행보에 세계가 충격과 혼란에 휩싸여 있으며, 그 충격의 여파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 미칠지도 아직 전혀 알 길이 없다.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보다 긴 역사적 시각에서 보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미국이 형성해 온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자체가 변화를 맞게 됐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트럼프 본인의 거친 언사와 그로 인해 ...

    2025.03.24 21:06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스페인을 보라
    스페인을 보라

    스페인 사회민주주의 정권의 경제 전략의 핵심은 ‘사회적 투자를 통한 참여의 확대’다 과감한 사회적 투자를 통해 소외 계층의 시장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다시 경제의 활력을 회복한다는 것 이것이 21세기 사회민주주의 경제학의 대답이 되고 우리로서도 지켜보고 참조해야 할 예가 될 것이다조만간 들어서게 될 새로운 정부는 어떤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할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침체를 극복하고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둘째, 지금까지 누적되어 온 불평등의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 셋째,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엄청난 구멍을 안게 된 나라 살림의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 이 중 하나도 풀기가 어려운 문제이지만, 더욱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세 가지 문제가 그중 하나를 풀고자 하면 다른 두 가지 문제와 충돌하기에 십상인 ‘복합 위기’의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 있다. 게다가 계엄령이라는 어이없는 폭주...

    2025.02.17 21:33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피크 코리아’와 민주주의 위기
    ‘피크 코리아’와 민주주의 위기

    민주주의 위기로 추가된 코리아 리스크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선민주주의의 위기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여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는 걸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하지만 그 너머에도 평안함이 있는 건 아니다우리의 민주주의 강화 위해필요한 과제가 무엇인가계속 캐묻고 실천해야 한다피크 코리아 역전을 위한 최우선 선결과제는 이제 민주주의 강화가 됐다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은 드높았다. 한강씨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로제의 노래 ‘아파트’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오징어 게임 2>의 공개가 임박하면서 다시 한번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났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두고 이미 내리막으로 들어섰다는 ‘피크 코리아’ 담론이 한쪽에서는 계속 제기되었지만, 이와 같은 문화 강국으로서의 자부심과 낙관론이 그런 비관적 담론들을 덮어나갈 수 있었다....

    2025.01.06 21:25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줄’이 아니라 ‘막대기’로 밀어라
    ‘줄’이 아니라 ‘막대기’로 밀어라

    지금 한국 경제, 특히 내수의 진작에 있어서 금리 인하 등의 금융 정책은 ‘줄’로 미는 격이 되기 십상이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절실한 건 정부 재정 지출이라는 ‘막대기’로 밀어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튼튼한 ‘막대기’가 있는데 왜 ‘줄’로만 미나? 정부가 내수가 살아날 것에 의지하고 있다면, ‘줄’로 밀지 말고 ‘막대기’를 써라막대기로는 밀 수 있고 줄로는 당길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하여 줄로 밀고 막대기로 당긴다는 것은 헛수고 이전에 아예 어불성설이다. 경제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상승률이 치솟을 때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이는 줄로 당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도 높지 않고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금리를 내린다고 해봐야 효과를 낼 수 없으며, ‘줄로 미는(push with string)’ 짓에 비유할 수 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금융 완화 정책의 무용성을 지적하는 이 표현은 ...

    2024.12.02 20:42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세계-섬 지정학’의 귀환?
    ‘세계-섬 지정학’의 귀환?

    중국·러시아·이란·북한 핵 개발과 보유를 도우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유라시아서 사방팔방으로 미국과 그 동맹 세력들에 파상적 공세를 취한다면 2차대전 때 연합국 위협한‘추축 세력’ 재건을 뜻한다 이에 미국과 동맹들은 공조 체제 구축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동북아 안보와 외교에도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다 서방 지배 엘리트 일각서 옛날 매킨더가 불러냈던 ‘세계-섬 지정학’ 유령이 다시 혹은 이미 오랫동안 떠도는 증후가 아닐까1904년 영국의 지리학자 해퍼드 매킨더는 이후 ‘세계-섬(World-Island) 지정학’이라고 불리게 되는 기본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 심장부를 지배하고, 유라시아 심장부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은 미국과 영국을 필두로 한 서방 ‘민주주의’ 나라들의 지배 세력의 사고 틀에 오랫동안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2024.10.28 21:55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긴 여름의 끝, 정치경제학의 부활을 기다린다
    긴 여름의 끝, 정치경제학의 부활을 기다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21세기의 학문은 경제학과 정치철학을 다시 하나로 결합시킨 ‘정치경제학’이다나아가, 인류가 전 지구의 자연을 공유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의 산업사회에서는 ‘지구정치경제학’이 생겨나야만 한다진정한 의미의 ‘부’와 ‘좋은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 근원적인 철학적 문제서 구체적 현실 정책까지 연결시킬 지구정치경제학의 부활이 필요하다갑자기 밀어닥친 가을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이번 여름은 길고 더웠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펄펄 끓었다. 지난 6일 유럽연합의 기후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의 발표에 따르면, 올 8월의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1도가 상승했다. 게다가 2023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의 평균기온 또한 산업화 이전보다 1.64도 높아졌다. 지구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이야기되는 1.5도 상승의 한계가 이미 뚫린 것 아니냐는 암울한 가능성을 던지고 있...

    2024.09.23 20:36

  • [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이념 공세 대신 국민 서사를
    이념 공세 대신 국민 서사를

    어느 민족의 서사든그것은 끊임없이 다시 쓰이고 지워지고 또다시 쓰이는 과정 속끝없이 변화하게 된다그렇게 집단 내러티브를다시 쓰게 만드는 원천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이다한국의 내러티브를 맡는 국책기관들은 과거를 보지 말고 지금을 보아야 한다 또 험한 파도로 밀려오는 미래를 보아야 한다우리의 서사는 우리 스스로 써야 한다민족은 상상의 공동체이다. 그래서 위대하고 강력하다. 세상의 어느 공동체 어느 집단적 정체성 중 상상의 산물이 아닌 것이 있는가.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이유 말에 따르면, “우리들 현실 생활의 4분의 3은 상상과 허구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는 그 상상과 허구가 사람들의 머리가 아니라 마음 깊이 파고드는 설득력과 감화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래서 성원들 개개인에게는 자신의 존재와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정체성을 심어주고 집단 전체에게는 모두의 밝은 미래를 위해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는 응집...

    2024.08.1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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