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성’ 인정한 EU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지난 2월2일 유럽연합 의회는 유럽연합 권역 내 플랫폼 노동자들을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인정하는 지침안을 의결했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플랫폼 노동이라는 형태가 등장한 후, 유럽연합 내 국가들은 자신들의 법 체계와 기존의 노동시장 관습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의 지위와 정체성을 규정하려 시도했다. 독일의 경우 노동자, 유사노동자, 자영업자 등의 범주 안에 플랫폼 노동자들을 포함시켜보려 했으나 플랫폼 기업의 모호한 역할, 종사자들의 비종속성 등으로 인해 플랫폼 노동자들을 범주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프랑스는 ‘엘 콤리 법(the El Khomri law)’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보고, 이들에게 적용되는 특정한 권리들을 규정하여 이들을 보호하고자 선제적인 대응을 했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 법원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노동자로 분류하여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어 노동자의 지위 설정에 있어 엇박자가 생기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작년 5월 ‘라이더 법(Ley Rider)’을 제정하여 플랫폼 배달업 종사자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해 유럽연합과 비슷한 접근을 택했다.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강조하는 이번 지침안은 유럽연합 권역 내 플랫폼 노동자들의 사회보장제도 수급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불분명한 지위 탓에 일반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는 사회보험, 단체협약에 포함될 권리 등에서 배제되어 왔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럽연합 내 약 500만명의 플랫폼 노동자들이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되어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자가 불분명한 지위로 인해 기본 사회보험에 포함되지 못한 채 질병보험, 산재, 장기요양, 실업보험의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했다. 스웨덴의 경우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에 따라 세금 납부 방식과 소득 기반 사회보장 수급 수준에 차이가 생기기에 다수의 노조와 사용자단체가 정부의 플랫폼 노동자 지위 설정에 대한 섬세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이번 유럽연합의 지침안 의결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에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보장권을 일반 노동자 수준으로 제공하게끔 제도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침안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및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정보를 노동자에게 공개하고 설명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그동안 플랫폼 노동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작업이 배정되는지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정보 접근 불평등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활용 정보 공개 의무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이들 기업의 정체성을 단순 중개자가 아닌 노동을 통제하는 사용자로 보는 유럽연합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다.

그동안 유럽연합의 지침 및 규제들은 초국가적 제도로서 다른 국가들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왔다. 이번 유럽연합의 플랫폼 노동 지침 입법 과정이 우리나라의 플랫폼 노동자 처우개선 및 플랫폼 기업 대상 정책 설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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