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많은 사마들을 위해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2023년 2월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연이은 강진이 발생하였고, 두 지역에서 사망자가 3만7000명 가까이 기록하고 있다. 튀르키예 중남부 지역과 함께 지진 피해를 크게 입은 시리아 이들리브, 알레포 등 북부 지역은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반정부 세력이 점령한 곳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월12일 기준으로 시리아에서 사망자가 9300명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시리아는 10년 넘게 냉혹하고 처절한 복합위기를 겪어왔다. 시리아 내전은 알아사드 정권과 반정부 세력의 갈등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카타르 그리고 이란 등 권역 내 국가들과 러시아, 미국 등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연결된 일종의 대리전이었다. 여러 국가들의 탐욕과 정권 유지를 위한 독재 체제의 이해관계 속에서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시리아의 아이들, 그리고 국민들이었다.

10년이 넘는 내전 상황 속에서 시리아의 많은 이들은 가까운 튀르키예에서, 또한 유럽과 캐나다 그리고 한국에서 난민이 되어 자신의 조국을 그리워해야 했다. 난민으로 떠나지도 못하고, 시리아에 남아 있는 이들은 뒤이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극심한 경제난, 불안한 치안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엄혹한 현실에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간 동안 시리아의 고통은 잊혀져갔다.

암흑 같은 시련 속에서도 시리아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 연대했다. 내전 상황에서 인도적 구조를 펼쳐왔던 민방위대 대원인 ‘화이트 헬멧’이 그 예이다. 국제적 구조와 원조의 길이 막힌 시리아의 지진 피해 지역에서 ‘화이트 헬멧’ 대원들은 생명을 구조하는 기쁨과 수많은 주검을 대하며 교차되는 감정을 토로했다.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담아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사마에게>는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도 피어난 사람들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영상 속 한 소년은 하나, 둘 떠나간 친구들을 그리워하면서 훗날 건축가가 되어 이 도시를 다시 세우겠다며 울먹였다. <사마에게>의 감독인 엄마 와드와 의사인 아빠 함자 그리고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준 사마, 폭격 속에서 태어난 사마의 여동생은 지금 영국으로 건너가 난민이 되었다. 함자는 며칠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진 피해 원조를 빌미로 시리아 정권에 대한 국제 제재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알아사드 정권이 지진 직후 이 지역에 폭격을 가한 사실을 말하며, 시리아 정부가 이번 참사를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튀르키예·시리아 국경의 인도주의 통로였던 ‘바브 알하와 국경검문소’는 여전히 닫혀 있으며, 구호물자 대신 튀르키예에서 유명을 달리한 시리아인들의 주검만이 고국으로 올 뿐이다.

알아사드 정권의 반인권적이고 무차별적인 폭격 속에서도 “이곳을 떠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저항”이었던 알레포 사람들은 무사할까?

시리아의 수많은 사마들을 위해, 그리고 부모들이 더 이상 자식을 먼저 잃을 수 있다는 끔찍한 상상을 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원조에 나설 때이다. “존엄 없이 사느니 죽음을 택하겠다!”고 외치며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시리아 민중들의 안위를 빌며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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