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의 100년 역사 초등학교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2022년 10월1일 교육부가 조사한 학교데이터에 의하면 전교생 30명 이하인 초등학교 중 개교한 지 100년이 넘은 학교는 74개교이다.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학교는 5년 이내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소멸위기 학교이다. 교육부의 폐교대상 학교 기준은 전교생 60명 이하였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초등학교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은 충북 옥천군의 청산초등학교이다. 학교 홈페이지에 의하면 1905년 4월1일 청산사립신명학교 개교 후 1912년 4월1일 청산공립보통학교로 인가 개교했다. 신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지역의 어른들이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1월10일 제107회 졸업식 동안 총 졸업생 9875명을 배출한 학교이다. 2022년 10월1일 현재 2학년은 없고 5개 학년 전교생이 30명인 학교이다. 근처에 청산 향교가 있다. 1581년(선조 14년)에 세워진 향교이다. 교육적인 역사와 전통이 얼마나 오래된 학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오래된 학교는 순흥초등학교이다. 1906년 사립 흥주소학교로 개교하여 1911년에 순흥공립보통학교로 다시 개교하였다.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있는 영주시 순흥면에 위치해 있다. 소수서원의 ‘소’와 순흥의 ‘흥’을 딴 ‘소흥학교’라고 불렸다고 경상북도교육청 공식블로그에 나와 있기도 하다. 소수서원이 1541년(중종 36년)에 만들어진 걸 생각하면 학교의 전통은 560년이나 이어진다.

두 학교 모두 향교나 서원이 있는 곳으로 교육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지역이다. 지역의 대들보 같은 학교들이다. 유서가 깊은 이 학교들은 동문들의 노력과 지역주민들의 성원으로 한동안 명맥을 유지하겠지만 전국에 전교생 30명 이하인 643개 초등학교(2022년 10월1일 기준, 분교장 포함)는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다. 전교생 10명 이하인 초등학교도 137개교나 된다. 지역의 초등학교가 폐교되면 지역소멸이 가속화된다.

지방의 학교 소멸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만든 국가조직이 국가교육위원회이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한 입법 발의안에는 두 가지 제안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교육정책이 장기적 비전 없이 5년 임기 내 단기적 정책 추진으로 정책 결정이 교육현장과 괴리되고 일관성이 미흡한 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초정권적 독립적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여 하향식 정책 추진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교육비전을 제시하고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난 1월 국가교육위원회가 만든 하부 위원회는 아쉬움이 많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 국가교육과정 전문위라는 2개의 전문위원회를 새로 두었다. 긴급하고 중요한 교육의제를 다루기 위해 특별위원회는 대학입시제도 개편 특위, 지방대학 활성화 특위, 전인교육 특위, 직업·평생교육 특위, 미래과학인재양성 특위 등 5개를 새롭게 만들었다.

지방의 중소도시에 있는 종합대학의 경우 시의 인구 중 3분의 1가량이 대학과 직·간접적으로 생계가 연결되어 있다. 지방대학의 소멸이 지방 도시의 소멸로 이어지기에 심각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지금 대학은 2020년 수능 응시 인원이 처음으로 40만명대로 줄었고 2024년에 39만5000명으로 잠시 떨어졌다가 2031년까지는 40만명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2032년에는 수능 응시 인원이 30만명대로 줄고 2037년이 되면 20만명대로 절반이 줄어든다.

수능 응시 인원 감소는 지방대학 활성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지금 당장 20만명대의 출생아 감소 쓰나미를 맞고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그리고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그 토대 위에 지방대학의 문제를 이야기해야 할 시기이다. 출생아수가 40만명대에서 20만명대로 10년 안에 줄어드는 심각한 인구절벽 시기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 대책 특위 신설을 국가교육위원회에 강력히 촉구한다.


Today`s HOT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