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실현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목숨 걸고 해야

세상은 고 전두환씨 손자의 비자금 관련 폭로로 분노와 좌절에 휩싸여 있다. 손자는 수많은 비리 의혹을 알렸다.

그런데 그 폭로가 사실이라도 대한민국 법제에선 그 비자금을 추징할 수 없다. 전두환씨 사망으로 인해 추징의 문이 굳게 닫혔기 때문이다. 법이 왜 이 모양인가? 잠시 분노와 좌절은 접어두자. 현재의 문제점을 살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씨에 대해 비자금을 추징할 수 있는 법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다. 2013년 법이 개정되면서 전씨의 비자금임을 알고 취득한 제3자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 개정 이후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1997년 확정 판결 시 받은 추징금 2205억원이다. 이 중 2022년 현재 검찰은 58.2% 환수하여 922억원이 미납된 상태이다.

그런데 2021년 11월 전씨 사망으로 추징의 문이 닫혔다.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에선 당사자가 사망하면 ‘집행불능’으로 사건을 종결처리 한다. 첫 번째 문이 닫힌 것이다.

이에 검찰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착안하여 현재 살아있는 제3자가 취득한 재산에 대해 추징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법원에서 불허하였다. 형사소송법 제478조에선 “몰수 또는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하여 재판한 벌금 또는 추징은 그 재판을 받은 자가 재판확정 후 사망한 경우에는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상속재산에 추징할 수 있다”는 특별규정이 없어 형사소송법 규정을 따라 상속재산에 추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대법원이 내렸다. 추징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은 좀 다르다. 법은 몰수의 경우만 상속재산에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몰수와 추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범죄로 금괴를 받은 경우 그 금괴가 있다면 몰수를 그 금괴를 팔아서 돈으로 가지고 있다면 추징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몰수에 추징을 포함하는 것은 금지되는 ‘유추’가 아니라 허용하는 ‘확대해석’으로 볼 수 있다.

다행히 지금 국회엔 형법 제478조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이 법이 통과되어도 전씨에 대해 소급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다시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위층의 도덕성을 높이고, 불법 재산 형성을 막기 위해서 이 법안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전씨에 대한 추징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추징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범죄수익을 은닉하면 처벌한다. 또 범죄수익은 몰수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현재 전씨의 범죄수익을 알고 은닉하면 처벌한다. 다만 공소시효가 7년이다. 공소시효는 은닉행위를 할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은닉행위를 ‘계속범’으로 본다면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 대법원의 판단을 한번 받아보자. 해볼 만하다.

다음으로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지급 방법 신고 위반 등으로 취득한 외국환이나 증권, 귀금속, 부동산 및 내국지급수단은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손자에게 불법 송금한 외국환 등이 있다면 기부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몰수 또는 추징해야 한다.

현대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정의 실현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목숨 걸고 해야 가능하다. 그래야 신뢰받는 정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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