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최저점 대비를 포기한 교원 수급 계획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올해 통계청이 매달 출생아 수를 발표하면 언론은 ‘역대 최저’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올해 출생아 수는 23만3000명으로 역대 최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출생아 수가 정말 늘어날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출생률이 떨어져도 가임기 여성의 수가 증가하고, 혼인 건수가 증가 추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출생아 수는 늘어날 것이다. 인구감소로 마냥 절망만 할 것이 아니라 시기별 인구 최저점을 대비하는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2023년생이 만 4세가 되는 영·유아 수는 146만3000명으로 최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영·유아 수(262만명) 대비 56%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2017년 대비 절반이 폐업할 것으로 추정된다. 집 가까운 곳에 영·유아를 맡길 곳이 부족해질 것이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거리별 필수 어린이집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2023년생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2033년 초등학생 수는 143만6000명으로 최저점이 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소규모 학교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기초학력 전문교사, 정서지원 전문교사를 새롭게 배치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2023년생이 중2가 되는 2037년 중학생 수는 68만9000명으로 최저점이 된다. 기간제교사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2023년생이 고2가 되는 2040년 고등학생 수는 66만4000명으로 최저점이 된다. 고교학점제가 안착할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

2023년생이 대학에 가는 2042년 수능 응시 예상인원은 19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 응시 인원이 40만명대인 올해도 지방대학은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데 수능 응시 인원이 20만명으로 줄어들면 상황은 끔찍하다. 80만명대의 수능 응시 인원이 있던 시절 만들어진 수능의 등급이 그대로 유지될지, 존립은 가능한지 걱정된다.

2023년 인구절벽의 신호탄은 발사됐다. 싫든 좋든 학생 수 감소는 정해졌다. 최저점이 있다는 것은 학생 수가 반등한다는 얘기다. 학생 수 최저점을 미리 대비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만든다면 새로운 교육체제로 전환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학생 수 감소는 교육계가 지금까지 풀지 못한 숙제를 하나씩 풀어갈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2년 미뤄온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했다. 발표내용의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주요 내용은 초등교사 신규 채용 규모를 2027년까지 2600명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초등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2027년까지 15.9명으로 줄어든다. 앞으로 4년 동안 교대 졸업생 중 임용이 되지 못하는 인원은 4074명이 된다.

계획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세우는 것이다. 학생 수 최악의 상황은 이미 통계청이 발표했다. 교육부는 최악을 막을 계획을 단계적으로 세워야 하는 의무가 있다. 4년짜리 계획에 중장기 계획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정책은 학생 수 감소에 대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대응 방법이다. 초등학교의 이상적인 학급당 학생 수는 16명이다. 4명씩 4개 그룹을 만들어 관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라는 대응 방법을 모두 사용하게 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2027년부터 2033년까지 초등학생 수는 55만4000명이 더 줄어든다.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종합적인 대비책은 만들지 않고 단기 대책만 세우면 ‘초등학생 수 감소’라는 폭탄은 더욱 커져서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피해는 커질 것이고, 피해 대부분은 초등교사 임용준비생이나 지역 소규모 학교의 학부모와 학생 같은 약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위기를 직면하고 헤쳐 나갈 용기와 지혜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정부 아래 살아가야 하는 국민의 고통이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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