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요리 실력을 테스트할 때 계란을 삶아보게 한다는 말을 한 요리사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너무 단순해서 요리라 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그 일에도 얼마나 정성을 다하는지, 또 기본은 잘 지키는지 살펴본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계란을 잘 삶으려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먼저 좋은 계란을 선별해야 합니다. 빛을 쪼여 그 빛이 산란하는 정도에 따라 내부의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기는 하지만, 이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훈련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더 간편한 방법으로는 계란을 식염수에 담가보는 것입니다. 만약 계란이 신선하다면 바닥에 가라앉지만 그렇지 않으면 위로 뜨기 때문입니다. 수면 위로 올라오거나 수면 가까이 위치한 계란은 먹기에 적당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계란 안에는 공기가 차 있는 공간이 일부 있는데,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부피가 점점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부의 수분 증발, 부패에 따른 가스 생성 등이 그 원인인데요, 공기층의 양이 신선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공기가 차지하는 공간이 커질수록 계란의 비중은 점점 작아지니 식염수에 쉽게 떠오르게 됩니다.

계란을 잘 골랐다면 이제는 물을 끓이고 삶을 차례입니다. 그런데 삶는 시간에 따라 최종 조리된 상태가 달라지므로 시간을 정확하게 재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부드러운 반숙이라면 5분 내외, 단단한 완숙이라면 10분 내외로 강불에서 조리합니다. 물론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무방하지만, 숟가락 등으로 계란을 한 방향으로 살살 굴려주면 노른자가 한가운데 놓인 예쁜 모양이 됩니다. 회전하는 팽이가 잘 쓰러지지 않듯이 회전하는 물체는 균형을 유지하면서 계속 회전을 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회전이 멈추면 중력에 의해 노른자는 아래쪽으로 조금 치우치게 됩니다.

한편 끓는 물에 식초나 소금을 넣어주기도 하는데, 그러면 흰자가 더 단단해지면서 식감이 좋아집니다. 단백질에 산이나 염을 가하면 변성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두부를 만들 때 넣는 간수도 이런 역할을 합니다.

다 삶은 계란은 잠시 찬물에 담가둡니다. 그러면 온도가 낮아져 수축이 일어나는데, 단단한 껍질보다는 안쪽 흰자에서 더 많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껍질과 흰자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껍질을 더 쉽게 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찬물의 효과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삶은 계란의 노른자는 보통 겉표면이 검푸르게 변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계란의 단백질은 다양한 아미노산들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시스테인과 같은 아미노산은 황(S)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열되어 분해되면 황화수소(H2S)가 발생합니다. 이 황화수소는 안쪽, 즉 노른자 표면으로까지 확산되어 노른자에 포함된 철과 반응해 황화철(FeS)을 만듭니다. 바로 이것이 검푸른색의 원인 물질입니다. 그런데 삶은 계란을 찬물에 담가두면 황화수소의 확산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노른자 표면으로까지 침투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말 그대로 노란색의 먹음직스러운 노른자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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