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걱정이 ‘반일몰이?’

이정호 산업부 차장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오염수는 하루에 100t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이 파괴된 뒤 원전 내부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과 접촉한 지하수·빗물이 매일 이만큼 발생하고 있다.

이정호 산업부 차장

이정호 산업부 차장

현재 일본은 이 오염수를 원전 주변에 지은 대형 탱크에 담아 놓는다. 일본은 앞으로 이런 탱크를 더 이상 짓지 않을 생각이다.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추진하는 이유다. 최근 일본에 도착한 한국 시찰단은 바로 이 오염수를 정화해 바다에 방류하는 시설을 살펴볼 예정이다. 정말 바다에 버려도 되는 수준으로 오염수가 깨끗한지를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 시찰단이 일본 방문을 마친 뒤 “오염수 정화 과정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 방류는 안 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은 상당히 적어 보인다. 시찰은 이제 막 시작됐는데, 이런 예상이 가능한 이유는 뭘까. 후쿠시마 원전을 향해 떠난 한국 시찰단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 움직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에서 일본 정부에 이른바 ‘통 큰 양보’를 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한국 시찰단 방문을 허용한 건 여기에 대한 답례의 일환이라는 시선이 많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 방류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매우 어색한 일이 된다. 오염수를 충분히 분석할 기간도, 장비도 없이 시찰단이 일본으로 떠난 데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권은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 대해 연일 “정치가 과학을 오염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정치’를 염두에 두고 오염수라는 ‘과학’ 문제에 대응하는 건 여권이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야권의 반대 목소리를 ‘반일몰이’라고 표현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건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야권에만 있지 않아서다. 이는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육아카페’에만 접속해도 금방 알 수 있다. 육아카페는 엄마들이 평소 육아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다. 회원이 수만명인 경우도 흔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육아카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를 찾기가 어렵다.

최근 육아카페에서 엄마들은 오염수 방류 뒤에도 아이들에게 생선이나 해조류 같은 수산물을 계속 먹여도 될지를 두고 절박한 고민을 나누고 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정서도 강하다. 여권은 엄마들의 이런 반응도 이른바 ‘반일몰이’ 때문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엄마들이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건 그저 아이들의 먹거리를 지키려는 개인의 신념과 판단에 따른 것일 뿐이다.

방사능 오염수를 한번 버리기 시작하면 방류 기간은 최소 30년이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방류 기간이 이번 세기를 넘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오염수가 섞인 바닷물을 마주할 사람들은 현재를 사는 우리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미래 세대에게 “이 정도 방사능은 괜찮으니 그냥 먹어라”라고 말할 권리가 우리 중 누구에게 있는지, 그런 권리가 애초 존재하기는 하는지 진지하게 따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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