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의 위험성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노사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보다는 차등 적용을 둘러싼 논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부터 업종, 지역, 연령 차등 적용이 제시되고 있다. 보수 경제학자는 연령별 최저임금 적용을 주장하고, 여당 의원은 지역별 차등 적용 법안을 발의하고,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정도면 이명박 정부 때 제기한 최저임금 논의 주기(2년 또는 3년) 변경을 제외하고 모두 나온 것 같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보수 정당의 집권으로 정책 기조 변화는 예견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률과 국제 기준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논거들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도입 목적과 필요성을 간과한 주장들이 대부분이다. 최저임금법 1조에 명시되어 있듯이 제도 시행 목적은 임금격차 해소와 소득분배 개선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구분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논거로 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4조와 제13조에 따라 업종별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는 있고,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할 수 있다. 결국 최저임금위원회 9명의 공익위원 판단에 따라 결정될 상황이다.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에 따른 구분은 포괄성이나 직업과 직무의 이질성이 높아 ‘업종’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윤석열 정부의 선택지는 국세청 소득 분류와 공정거래 및 가맹사업 분류 코드일 것 같다. 적용 범위 대상도 좁히고 사회적 파급성을 고려해 절충할 수 있다. 노사 간 갈등을 노노 간 갈등 이슈로의 정책 프레임을 전환시킬 수도 있다.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주장처럼 단순노무 일자리의 생산성 논리가 뒷받침도 된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패스트푸드, 카페, 주유소, PC방 등이 우선 대상이 될 개연성이 높다.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일자리들이 불평등 노동시장에 내몰리게 될 것이 뻔하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가장 큰 피해는 고령, 여성, 청년 등 노동시장 취약집단이 받는다. 무노조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처럼 교섭력도 없는 노동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것이 뻔하다.

지금도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들이 74만3000명(4.4%)이나 된다. 일용직(28.8%), 초단시간(19.6%), 파견용역(18.9%), 5인 미만 사업장(22.3%) 노동자들은 더 심각하다. 최저임금제도 도입 취지나 효과성을 간과하고 외면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불평등하고 밑바닥에 놓인 노동자들을 더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저임금제도 효과성으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는 저임금 해소의 임금격차가 완화의 소득분배 개선 기여다. 둘째는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 보장으로써 생활 안정과 사기 진작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이다. 셋째는 저임금 바탕의 경쟁방식을 지양하고 공정 경쟁 촉진 등을 통한 경영합리화에 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제도는 산업정책과 제도적 상호보완을 해야 하겠지만 사회정책 취지에 맞게 논의되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성평등한 노동시장 구축에는 최저임금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정권의 성향에 따라 차등 적용을 선택한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격차와 차별을 심화시킬 것이다. 오히려 노동시장 사각지대와 배제를 해소하고 효과성을 확산시킬 방향을 제안해야 할 시기다. 장애인 노동자의 적용 제외부터 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소득 논의가 진행 중인 해외의 흐름은 그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적시돼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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