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 시대에 대학이 내놓을 답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월회의 행로난] 다민족 시대에 대학이 내놓을 답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혐중’ 풍조의 심화 속에서도 중국인 유학생이 지난 7년 새 78%가 늘어났다. 휴전선 바로 밑 강원 고성에 있는 한 지방대 캠퍼스에선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 등지에서 온 400여명의 유학생들로 ‘작은 이태원’이 구현되고 있으며, 대학이 소재한 면 인구의 11%가량이 외국인일 정도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도 높다.

외국인 유입이 인구절벽으로 인한 문제 해결의 실질적 대안이 됐음이다. 그만큼 외국인 유입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다민족·다문화 사회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이러한 추세에 거스르면 국가의 운영과 진보에 적잖은 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민청 신설을 서두르는 이유다.

그러면 대학은 무엇을 할 것인가? 대학의 중요한 존재 이유는 현실 개선을 통해 미래를 빚어가는 역할의 수행이다. 다민족·다문화 시대의 본격 전개라는 사회 추세에 대해 대학도 답을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종교학 연구와 교육의 확대는 대학이 내놓을 수 있는 답이다.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을 둘러싸고 몇년째 갈등이 지속되는 것처럼 다민족·다문화 사회가 진척될수록 종교적·문화적 갈등이 확산되고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 하여 종교와 연관 문화에 대한 연구 역량을 제고하고, 필수교양의 하나로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미국 대학의 사례는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제시해준다. 아이비리그 8개 대학을 포함해 좋은 대학으로 꼽히는 상위 30개 대학 중 24개 대학에 종교학과가 설치되어 있고, 30개 대학 모두에 종교 관련 수업이 매년 개설된다. 다민족·다문화 사회인 미국을 운영하기 위해 대학이 내놓은 답이다.

게다가 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면 학문도 그에 발맞춰가야 한다. 선진성을 유지·갱신하는 데 필요한 학문이 있다면 그것의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 종교학뿐 아니라 서구 선진국의 주요 대학에 설치된 고전학도 육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명의 다층성과 문화의 복잡성, 역사의 중층성에 대한 조화롭고 균형 잡힌 판단능력의 함양을 위해서는 생각의 근육을 길러주는 고전 교육이 필수적이기에 그러하다. 대학가를 유령처럼 휘젓고 있는 융합만이 대학 혁신과 발전의 전부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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