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33조 ‘노동권 위협’의 극단화 시대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파업과 노동조합을 대하는 보수언론과 정부의 태도가 매우 심각하다. ‘부패 노조’와 ‘건폭’이라는 ‘몹쓸’ 표현을 시작으로 ‘기득권’과 ‘카르텔’이란 단어까지 탄생했다. 부정적 발언은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을 통해 확대·강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치파업, 불법파업, 법과 원칙, 엄정대처와 같은 관계 부처 장관들의 발언은 맥을 같이한다. 최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관계 점검회의(7월7일)에서 파업 참여 노동조합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점검회의(7월10일)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한 채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수출에 찬물 끼얹을 건가” “한국 경제 찬물 끼얹는다”…. 지난 한 달 동안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은 민주노총 파업에 이구동성으로 이런 사설 제목을 뽑았다. 경제 회복, 무역 수지, 교통마비, 시민 불편과 같은 전통적인 어휘들도 반복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시민과 약자들의 절박한 삶까지 운운한다. 반면 파업 원인과 배경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논평은 거의 없다. 열악한 노동환경의 제도적 개선이 가장 큰 쟁점인데도 말이다. 과연 이런 보수언론의 주장은 얼마나 타당성을 갖고 있을까. 몇몇 노동조합 사례만 놓고 보아도 실제적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무 휴점과 영업시간 단축, 휴게실 개선은 백화점·면세점·마트 노동조합, 간호인력 확충과 적정인력 기준 및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는 보건의료노조의 핵심 요구안이다. 하나같이 개별 회사에서 해결할 수 없는 초기업적 의제들이다. 코로나19 시기 정부와 맺은 간호인력 충원 등 26개의 노·정합의(2022년 9월2일) 사항 중 5∼6개를 제외하고 제대로 이행된 게 없다. ‘킬러 규제’라는 허울로 검토 중인 유통업 의무휴업 폐지·조정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묻고 싶다. 노조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을까.

합리적 논의를 위해 시선을 밖으로 돌려보자. 프랑스와 노르웨이 상점들의 정기 휴점과 영업시간은 어떨까. 독일과 캐나다 간호사 인력이나 의료환경은 어떤가. 하지만 우리는 아파도 인력부족으로 쉬지 못하고 하루 10시간 남짓 일한다. 견디기 힘든 노동강도에 인력 충원을 요구할 때마다 ‘오버 인력’이란 말뿐이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신규 직원의 이직률은 절반가량이 된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32조 3항이 무색할 지경이다.

헌법 33조에 규정된 ‘노동 3권’은 사회정의와 진정한 노동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다. 특히 노동자들의 생명·안전과 권리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에는 업무 개시명령으로, 병원 파업에는 입원 환자 퇴원 조치로 노동권을 무력화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불법파업이란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셔터 내린 명품 매장’ ‘배송 차질 우려’ ‘정치파업 동참 말고 환자 지켜야’ ‘시민들 의료공백 공포’ 등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라파예트 백화점이나 스위스 로잔 대학병원 파업에 불법파업이란 ‘공포’와 ‘위협적’이란 표현을 쓴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은 10회 이상의 교섭과 조정을 거쳐 파업에 돌입했다. 법률에 정한 요건과 절차 모두 합법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들은 교섭기간 내내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간호사 불법의료 행위(PA)나 유통업체들의 고객 화장실 이용 금지 통보와 같은 비인권적 행태에 방조한 것은 정부와 자본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사회적 대화와 함께 단체교섭은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 해결에 기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의 권력 남용과 노동기본권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와 시민사회가 공동의 규제를 위한 기구를 모색할 시기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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