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미래와 돈의 흐름

김태권 만화가
[창작의 미래] 인공지능의 미래와 돈의 흐름

임금님이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자에게 왕국의 반을 주겠다.” 나라 안팎의 이야기꾼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어떨까? 누구나 재미있을 이야기는 포기하고, 임금님한테 가장 재미있을 이야기를 만든다면? 단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 개인 맞춤형 이야기 말이다.

지금의 인공지능(AI) 기술로 가능할까? 나는 가능할 것 같다. 비슷한 기술이 널리 쓰인다. 넷플릭스니 유튜브니 인스타그램이니 페이스북이니 숱한 서비스가, 내가 재미있어 할 창작물을 지치지 않고 추천한다. 이른바 ‘추천 알고리즘’이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추리고 그들이 좋아한 창작물을 내게 권한다. 개인 맞춤형 이야기를 만들 때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판타지일지, 로맨스일지, 내가 어떤 장르를 좋아할지, 또 내가 어떤 성격과 외모의 남녀 주인공을 좋아할지, 인공지능이 맞추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말이다.

또 하나 눈길 끄는 기술은 자연어 처리(NLP)다. 자연어 처리를 지금 가장 잘하는 친구는 챗GPT다. 챗GPT에 ‘역할’ 기능이 있다. 역할극을 시켜보았다.

“당신 역할은 임금님을 즐겁게 하는 이야기꾼,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목숨이 달아날 수도 있다. 그런데 당신 이야기가 별로라서 임금님이 화가 났다.”

이야기꾼(챗GPT)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 왕국의 골칫거리인 드래건을 물리치러 가기로 한다. “하지만 당신은 이야기꾼인데 어떻게 드래건과 싸우나?” 나는 물었다. “마법을 이용하겠어요”라고 챗GPT는 대답했다. “나는 다양한 이야기에서 마법을 배웠습니다.” 대화가 오가며 이야기는 뜻밖의 방향으로 발전한다. 부족하지만, 나를 위한 맞춤형 이야기다.

교육에 써도 좋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두번째 이야기를 만들어봤다. 조선시대의 이야기꾼 전기수에 대해 풀이된 인터넷 사이트 주소를 챗GPT에게 알려준 다음, “당신은 전기수, 사연을 들려달라”고 청했다. 인공지능은 “한때 벼슬길에 올랐으나, 자유로운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 벼슬을 떠났노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인공지능은 이미 개인 맞춤형 교육에 쓰인다. 내가 틀린 문제와 닮은 문제를 추려 나를 공부시킨다. 개인 맞춤형 이야기와 교육과 게임이 인공지능을 통해 연결될 때가 먼 미래는 아닐 것 같다. 초보적인 수준이라면 지금도 가능하리라.

그런데 왜 지금 개인 맞춤형 이야기를 서비스하는 곳이 없을까? 돈이 안 돼서다. 마땅한 사업 모델이 당장은 없다. 챗GPT를 맞춤한 용도로 쓰려면 오픈AI라는 회사에 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썩 비싸다. 나도 교육 스토리 챗봇을 만들어 보려다 비용이 감당 안 돼 일단 접었다.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야기꾼이 모여든 까닭은 임금님이 상금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야기꾼을 잘 먹여야 이야기가 나온다. 창작의 미래를 보기 위해 돈의 흐름을 본다.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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