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립준비청년에 ‘5년 후의 미래’를 꿈꾸게 하자

김미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

“대학을 졸업한 뒤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요. 저는 믿고 의지할 어른도, 부모님의 지지도 없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좋은 조건도 아니니까요.”

김미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

김미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

굿네이버스가 운영하는 한 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만난 자립준비청년이 했던 말이다. 그동안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다양한 제도가 마련됐지만, 아이들이 체감하는 자립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정부가 자립준비청년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자립준비청년의 안정적인 자립을 위한 국가의 책임이 강화된 지금, 우리는 정부의 정책을 돌아보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부모의 상실이나 양육 환경의 불충분성으로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보호대상아동은 2만4000여명에 이른다. 매년 2500여명의 보호가 종료되며, 이들은 자립을 위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다.

정부는 2019년 자립수당을 신설하고 주거지원통합서비스를 통해 자립준비청년의 경제·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섰다. 또한 작년 7월에는 보호종료아동의 명칭을 자립준비청년으로 변경하고, 보호기간을 만 18세에서 만 24세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보호 종료 5년 이내 평균 기초생활수급률은 36.1%이며, 자립준비청년 4명 중 1명 정도가 평균 605만원의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정서 측면에서는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일반 청년보다 3배 높은 50%이며,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거나 조언을 구할 어른의 부재 등 사회적 지지체계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굿네이버스는 2021년 경남과 전북에 희망디딤돌센터(자립통합지원센터)를 개소했고, 2022년에는 자립지원전담기관 2개를 수탁 운영하고 있다. 해당 기관에서는 자립교육 등을 통해 보호대상아동의 자립 역량을 강화하고, 자립준비청년이 안정적으로 거주하도록 총 49개의 생활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보호 종료 후 5년 동안 자립준비청년에게 맞춤형 자립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처럼 민관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자립준비청년의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온전한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 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자립준비청년의 어려움을 적극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 보완이 필요하다. 자립준비청년의 소득 강화와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한 지원은 점차 강화되고 있으나, 심리·정서 지원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보호대상아동의 약 50%가 아동학대로 인해 발생한 만큼 심리·정서적 어려움과 자립 초기의 사회적 고립감을 완화할 수 있는 서비스가 거주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온전한 자립을 이룰 때까지 경제·정서·일상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아이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밀접하게 지원할 수 있는 사회 기반이 강화돼야 한다.

둘째, 자립지원전담기관의 인력과 예산이 충분히 지원되어야 한다. 현재 시·도에 설치된 자립지원전담기관 종사자 1명이 담당하는 대상자는 평균 100명이다. 과도한 업무량은 자칫 충분한 서비스 지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자립준비청년에게 제공하는 월 30만원의 자립지원금은 자립준비청년의 다양한 욕구와 필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므로 자립지원금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더불어 한정된 지원금 안에서 위기 수준과 서비스 영역별로 지원 기준을 구체화하여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공과 민간의 유기적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립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민관이 상호 협력하여 정책과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대상자의 욕구와 필요에 기반한 민간 영역의 희망디딤돌과 같은 서비스가 공공서비스와 연결되어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 공평한 출발 기회가 보장되어 이들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5년 후가 가장 두렵다’가 아닌 ‘5년 후의 미래를 기대하고 싶다’는 자립준비청년들의 바람을 외면하지 않는 국가와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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