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회의 자유’ 헌법정신 되살린 헌재 결정

헌법재판소는 어제 해가 진 뒤의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혼란을 감안해 법이 개정될 때까지 일정 기간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중지시키는 것을 뜻한다. 헌재는 “야간 옥외집회를 사전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이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헌재 결정은 헌법에 명시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엄격히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대의제 등 간접민주주의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보장된 것이다. 그런데 집시법 10조(야간 집회 시 사전 허가)는 집회·결사에 대한 ‘사전허가제’라는 점에서, 또 집회·결사를 허용한 후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금지한 뒤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과잉규제’라는 점에서 헌법의 취지와 배치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조항은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입맛대로’ 집행돼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많았으나 이번 결정으로 자의적인 해석이나 집행을 봉쇄할 수 있게 됐다. 2002년 효순·미선양 사망 사건,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시위 때는 수수방관하다가 광우병 촛불시위가 발생하자 야간 집회를 이유로 옭아매는 정부의 무원칙한 공권력 행사를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촛불집회 과정에서 연행돼 재판을 받고 있는 선량한 국민들이 ‘폭도’로 낙인 찍히는 사태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하지만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 법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계류 중인 촛불 재판은 헌재 결정의 취지를 감안해 진행하는 것이 순리다. 입법부도 법의 진공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도록 서둘러 보완작업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집시법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률들을 면밀히 살펴 애매모호하게 남아있는 독소 조항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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