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 총리로부터 광복절 긍정적 신호를 기다리며

그제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자민당에 대승을 안겨준 일본 시민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이번 선거는 통화 팽창을 통한 경기 부양으로 일본 경제를 살리려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승인이자 1년 안팎의 단명 정권이 초래하는 정치적 불안정에서 벗어나 국정을 힘 있게 끌고 가라는 응원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의 승리가 일본 시민들에게 좋은 일이었으면 한다.

일본 안팎에서 걱정하는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다행히도 아베 총리가 최우선 과제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아베 총리는 안에서 잘하면 밖에서는 대립해도 상관없다거나 대립이 불가피하다고 여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얼마든지 안에서도 성공하고 밖에서도 잘 해낼 수 있다. 개헌 외에 독도 영유권, 역사교과서 왜곡, 일제 종군 위안부 문제 등 한국과 갈등하는 현안에 대해 이웃 나라의 사정을 살피면서 자제하고 신중하게 행동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사실 아베 정권의 실패가 한국인의 기쁨이 되고, 그의 성공이 한국인의 슬픔이 되는, 그런 어긋남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다. 그것은 결코 좋은 이웃관계가 아니다. 소모적 분쟁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원칙, 문명사회의 가치와 도덕에 기반을 둔다는 원칙에 따르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개선을 이룰 수 있다. 아마도 그 시금석은 오는 광복절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가 될 것이다. 아베 총리는 “각 각료들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판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참배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광복절까지 시간이 있다. 아베 총리가 그날 과거사에 대해 좀 더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주요 각료도 참배하지 않는다면 한·중, 중·일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그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한국 정부도 아베 정권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적절히 유인하는 전략을 쓰는 방안을 검토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적대적이고 냉랭한 관계를 지속한다고 해서 아베 정권이 스스로 개과천선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그런 관계를 이유로 더 엇나갈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일본 시민들이 우경화한 것도 아니다. 아베 정권과의 대립이 일본 시민 전체를 적대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두 정부의 대립으로 합리적인 일본 시민의 입지가 축소되는 일이 없도록, 나아가 일본 시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외교, 검토해 볼 만한 과제이다. 광복절 아베 총리의 태도를 지켜보고 적극적으로 견인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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