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절대평가 환영하나 보완책 필요

교육부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 과목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로 표시하던 영어 성적을 등급으로만 표시해 비중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도입은 망국적 사교육비 경감과 수렁에 빠진 공교육 정상화, 학습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한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구체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점이 눈에 거슬린다. 수능 제도의 근간을 흔들 만한 획기적인 정책인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도입 취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맞춤형 후속대책을 한시바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사교육비 경감의 기대 효과만으로도 도입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유치원 이전부터 시작하는 영어 사교육은 여타 과목에 비해 사교육 기간이 가장 길고 비용도 가장 많다. 실제로 교육부 조사 결과 지난해 추정 총 사교육비 18조6000억원 가운데 영어교육이 6조3000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사교육이 번성하는 동안 공교육은 추락을 거듭했다. 또한 영어는 학교 현장의 무한 경쟁과 과도한 학습 부담의 주범이 돼 왔다. 이 모든 것이 영어가 대입의 주요한 평가도구가 된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은 기대효과가 크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양날의 칼’이다. 과거에도 수많은 대입 정책이 도입됐다가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교육현장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을 교훈 삼아야 한다. 당장 영어의 대입 비중 약화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아지는 수학이나 과학 과목으로 사교육이 전이되는 ‘풍선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변별력 있는 다른 평가도구를 원하는 대학들의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 대학들은 영어 논술고사나 영어 심층면접 확대, 영어특기자 전형 부활·확대를 시도할 것이다. 교육부는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들의 편법적 영어 평가를 제재하겠다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 정착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수학 등 다른 과목의 수능 절대평가를 포함한 대입 제도 전반의 개선 작업이 필수적이다.

고교 현장의 준비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영어 학교 교육을 말하기와 쓰기 등 실용영어 중심으로 바꾸는 별개의 교실수업 개선 정책이 요구된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3년 뒤 도입되지만 영어 학교 교육 변화는 당장 내년 고교 1학년부터 적용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지 않다. 교육과정을 정비하고 교사 직무능력도 향상시켜야 하는데 하나같이 간단치 않은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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