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교체 외친 윤석열, 직접 나선 이유와 대안은 모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현 정권의 연장을 막을 정권교체에 앞장서겠다”며 공정·법치·상식·자유민주주의를 앞으로 펼쳐갈 정치의 화두로 세웠다. 페이스북 계정과 광화문 대선캠프를 열어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첫발도 뗐다. 지난 3월4일 총장직 사퇴 후 117일간의 잠행을 접고 보수야권의 대선 주자로 나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은 1시간의 기자회견 내내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공격했다. 소득주도성장·주택·탈원전 정책을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라고 지목했고, 권력 사유화에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해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고 했다.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독재”이고, “오만한 정권에 혁신을 바라는 것은 망상”이라고 했다. ‘빼앗긴 주권’ ‘부패완판 대한민국’이라는 극단적 표현도 더했다. 그는 검찰 수장으로 몸담았던 정부에 독설을 퍼부었지만, 상당 부분에서 이유·근거 없이 “국민들도 알다시피…”라고 전제했다. ‘닥치고 공격’만 이어진 회견이었다.

그러면서도 윤 전 총장의 대안은 모호했고, 정책·비전은 총론에 그쳤다. 그는 정치를 시작한 이유나 대통령이 돼야 할 이유를 ‘공정·법치·정권교체’에서만 찾았고,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그의 정치 직행이 검찰의 독립·중립을 훼손할 거란 지적엔 “(정치하지 않는) 관행은 의미 있지만,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돌렸다. 그는 종부세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한·일관계는 ‘그랜드 바겐(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성장·복지 문제는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민감한 현안은 비켜가고, 정책은 원론적인 착안점만 내놓은 것이다. “공정하고 따뜻하고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왜 그가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할지는 알기 어려웠다. 공정·법치·실사구시라는 방법론을 빼면, 윤 전 총장이 만들려는 나라와 미래상은 없었다고 혹평할 수밖에 없다.

대선 링에 오른 윤 전 총장은 이제 검증대에 세워진다. 부인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장모는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이다. 그도 옵티머스 펀드 부실수사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의 진위를 가리는 검증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야가 겨눌 그 강도는 검찰총장 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도 “무제한 검증”을 각오했듯 국민들의 알권리와 의문을 푸는 데 성실히 임하기 바란다.

윤 전 총장은 민생 탐방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현실정치에 뛰어들지 않고 ‘대선 준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남을 단죄하고 하고 싶은 말만 선택적으로 하던 검사 시절과 정치인 윤석열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맛보기’만 본 그의 비전·정책 소통은 지금도 늦었고 턱없이 부족하다. 잠행과 전언정치가 아니라 앞으로 맞닥뜨릴 수많은 문답 속에서 국가를 이끌 역량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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