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가부 폐지하겠다는 국민의힘, 분열의 정치 멈춰라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론화에 나섰다.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 등 대선 주자들이 총대를 메고, 이준석 대표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새로운 보수 지지층으로 부상한 20~30대 남성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점령군’ 논쟁으로 이념 갈라치기를 하더니 이젠 성별 갈라치기인가. 공동체의 통합을 이끌기는커녕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이 되면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정부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계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건강은 보건복지부가, 취업은 고용노동부가, 성범죄는 법무부와 검경이 담당하면 된다는 논리다. 둘째,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주는 전리품”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어느 여가부 장관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국민들이 성인지를 집단 학습하는 기회’라고 했다”며 이정옥 전 장관을 예로 들었다.

그의 논리는 허점투성이다. 첫째, 모든 부처가 나눠 맡게 되면, 어느 부처도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정책 국가기구가 정무제2장관실로 출발해 대통령 소속 여성특별위원회로 격상되고, 부처별로 분산된 업무를 총괄할 여성부(현 여가부)로 변화해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둘째, 수많은 부처에서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가 장관에 올랐는데, 왜 여가부 장관만 ‘전리품’으로 취급하나. 또한 특정 장관이 잘못했다고 그 부처를 폐지하면 남아날 부처가 없을 것이다. 유 전 의원은 “타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예산은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청년의 고통과 절망은 이런 평면적·대증적 처방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경제·노동·복지 정책을 망라하는 총체적 처방이 필요하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할당제 폐지’를 주장했던 이준석 대표는 “여가부는 빈약한 부서를 갖고 캠페인 정도 하는 역할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폐지할 게 아니라,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권한과 기능을 강화하는 게 해법 아닌가. 지금 국민의힘은 엄존하는 성차별 구조를 외면하고, 젠더 갈등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꼼수에 넘어갈 주권자는 많지 않다. 국민의힘은 시민과 시민을 갈라치는 ‘분열의 정치’를 당장 멈춰야 한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