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관계 개선 의지 의심하게 하는 일본 공사의 막말

주한 일본대사관 소마 히로히사 총괄 공사가 13일 일본 정부의 방위백서 관련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돼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 일본대사관 소마 히로히사 총괄 공사가 13일 일본 정부의 방위백서 관련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돼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 일본대사관 2인자인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총괄공사가 부적절한 성적 표현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소마 공사는 지난 15일 JTBC 취재진과의 오찬 간담에서 한·일관계를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비공개 간담이라고는 하나, 고위 외교관이 저열한 막말로 상대국 정상을 모욕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는 “지극히 부적절하고 매우 유감”이라며 “엄중히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로 적당히 덮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일본은 정부 차원의 사과와 함께 소마 공사에 대한 문책 인사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소마 공사는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으며,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경우 “정중히 맞이하겠다”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발언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위안부와 강제징용’에 대한 답안지를 제출해야 한다고도 했다. 과거사 피해자임에도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 정부에 고개를 숙이라는 고압적 언사이며, 한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17일 취재진에게 “사안의 상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주한대사가 공사에게 엄중 주의를 줬다는 얘기는 들었다”고만 했다. 이 정도 심각한 사안의 경위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라는 건가.

일본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의심케 하는 증좌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방위성은 최근 발간한 방위백서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가 ‘일본이 군함도(하시마)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알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수용 불가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도쿄 올림픽 개막(23일)을 계기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 간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 중인 시기에 이런 행태를 이어가고 있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 방일 교섭 상황을 두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 일본 측의 성의 있고 전향적인 답변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 방일이 적절한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일본이 정상외교를 통해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소마 공사에 대한 문책 인사 등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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