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용 가석방 검토, 공정한 잣대 적용해야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광복절 가석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구치소는 최근 이 부회장을 포함한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 명단을 법무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당초 여권에서는 특별사면이 검토됐으나 시민사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자 가석방이 대안으로 부상한 형국이다. 가석방은 법무부 심사로 이뤄지는 만큼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보다 정치적 부담이 작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등 또 다른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다. 가석방이든 사면이든 사법정의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

가석방은 일선 교정기관이 대상자 명단을 법무부에 올리면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고, 법무부 장관 허가로 확정된다. 여권에선 이 부회장이 심사 요건을 채웠다며 가석방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이 부회장이) 8월이면 형기의 60%를 마쳐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형법상 유기징역·금고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는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형기의 80% 이상을 복역해야 가석방 대상이 돼왔다. 법무부 교정본부의 ‘2020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10~2019년 가석방자의 87%가 형기의 80% 이상을 복역한 것으로 나타났다. 70%도 채우지 않은 채 은전을 입은 수형자는 0.32%에 불과했다. 더욱이 의심스러운 대목은 법무부가 이달부터 가석방 심사 기준을 ‘형기의 60% 이상 복역’으로 낮췄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이달 말로 60%를 채우게 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2일 “기준을 낮춘 건 취임 초부터 추진했다”며 “특정인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는 이야긴가.

진보·개혁 성향의 시민·전문가 781명은 최근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가석방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앞서 1056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들도 같은 취지의 기자회견을 전국 7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치국가의 운영 원리는 ‘법의 지배’와 ‘법 앞의 평등’이다. 공동체 유지를 위해 쉽게 허물어서는 안 될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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