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군 성추행’ 2차 가해 피고인 사망도 못 막은 국방부

공군 성추행 피해자인 이모 중사를 회유·협박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관이 사망했다. 해당 피고인은 국방부 영내 미결수용시설에 수감 중으로, 다음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국방부 영내 시설에서 피고인이 숨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성추행 피해를 입은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릴 때까지 제대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판받은 바 있다. 이제는 수용자 관리 소홀로 2차 가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일까지 난항에 부딪히게 됐다. 국방부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을 얼마나 더 두고 봐야 하나.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와 국방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고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부사관이 지난 25일 낮 국방부 영내 수감시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심폐소생술 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한다. A부사관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부사관은 지난 3월 이 중사로부터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를 받고도 사건을 무마하려 한 혐의를 받아왔다. 그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당일 회식을 주선한 인물이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지난 9일 발표한 중간수사결과를 보면, 성추행은 이 중사와 부대원들이 회식 후 숙소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발생했다. A부사관은 이 중사에게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없겠냐”며 신고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이 중사 남편에게도 장 중사와의 합의와 선처를 종용하는 등 2차 가해를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달 30일 재판에 넘겨졌다.

사랑하는 딸과 아내를 잃은 이 중사 유족들의 마음은 또다시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고 있을 터다. 사법적 심판을 통해 A부사관의 죗값을 물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중사 남편이 밝힌 대로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차질이 빚어져선 안 될” 일이다. 국방부는 이 중사가 강제추행을 당하고도 보호받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경위를 철저히 수사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부실한 초동수사를 주도한 윗선의 규명과 문책도 서둘러야 한다. 이와 별개로 A부사관의 사망 경위와 원인도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중요 사건 피고인이, 한낮에, 국방부 영내 시설에서 사망한 것은 그 자체로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 면밀한 관리를 하지 못한 책임자들은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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