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개월 만의 남북 통신선 복원, 평화프로세스 재가동돼야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통일부 연락대표가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27일 통일부 연락대표가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남북이 27일 오전 10시부터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 북한이 지난해 6월9일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판문점 채널을 비롯한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일방적으로 끊은 지 13개월 만이다. 북한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통신선 복원을 발표했다. 6·25전쟁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68년이 되는 날 남북이 관계 복원에 나서 뜻이 더욱 깊다. 남북관계 회복을 넘어 북·미 대화 재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주목할 점은 이날 조치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를 통한 협의의 결과라는 것이다. 양측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친서를 교환했으며, 신뢰 회복 및 관계 진전에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남북 정상이 직접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지를 담은 만큼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는 뜻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관계가 오랜 교착 상태에서 벗어날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이를 계기로 9·19 군사합의 이행 등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후속조치 및 남북 간 현안이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가능하다면 코로나19 방역을 비롯한 보건의료 분야 및 식량·비료 등 민생 분야 협력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인도적 분야에 대한 지원과 이를 위한 남북 간 논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이것으로 접촉과 논의를 시작하는 게 자연스럽다. 청와대는 논의된 바 없다고 했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더 큰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이나 식량난 해소를 위한 지원을 놓고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댄다면 회담 후 관계 진척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북·미 대화 중재 노력도 강화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의 생각과 대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 상태에 있는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했지만, 북한이 어디까지 나설지 의문이다. 단순히 적정 수준의 남북관계를 이어가는 게 다음 정부와의 관계에서 유리하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북·미 대화까지 진전시킬 뜻이 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통신선 복원 합의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식량난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복원에 합의한 배경도 궁금하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통신선을 차단한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렵사리 대화 계기가 마련된 만큼 당국은 다음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우선 8월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을 통한 분위기 조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