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최재형의 왜곡된 인식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달 31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역설적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양산했다”며 “일자리를 없애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기업·소상공인의 경영난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은 가능하다. 그러나 ‘범죄’라는 표현까지 동원한 것은 부적절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최 전 원장은 고위 법관 출신이다. 최저임금 정책이 ‘일하는 사람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려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것임을 모를 리 없다. 모든 정책에는 기대 효과 외에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의 과오는 최저임금 인상 기조 자체에 있지 않다. 높은 자영업자 비율을 고려해 임대료·카드수수료 폭리, 프랜차이즈 갑질 등 불공정한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조치가 앞섰어야 하는데, 선행조치가 부족해 반발을 불렀다. 이 같은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고 ‘범죄’ 같은 선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건 법률가다운 자세도,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의 태도도 아니다.

최 전 원장은 또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기업 유치와 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될 것’이라는 전문가 언급을 인용하며 “이분 말씀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을 지역이나 업종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자는 주장은 매년 최저임금위원회 때마다 되풀이되는 논쟁거리다. 경영계는 차등 적용을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반대한다. 2017년 ‘최저임금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차등 적용 방안을 검토한 바 있으나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저임금 지역·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가 생기고, 지역별 노동력 수급이 왜곡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지역별 차등 적용하는 나라는 영토가 넓고 개발 편차가 큰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소수다. 한국은 이들 국가와 달리 영토가 좁고, 지역별 격차도 크지 않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이 노동자 최저생계 보장을 위한 ‘안전판’임을 잊어선 곤란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신년국정연설에서 “아직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1년에 1만4500달러(약 1670만원)를 벌면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한번 해보라”고 했다. 최 전 원장이 이 연설 내용을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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