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한 윤석열의 원전 지상주의와 최재형의 빈 공약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대해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진과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해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해 방사능이 유출된 것은 공지의 사실인데 엉뚱한 말을 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대전 방문 때도 “후쿠시마 사고는 일본의 지반에 관한 문제이지, 원전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전은 무조건 선한 것이라는 ‘원전 지상주의자’들의 위험한 인식이 엿보인다. 이번 원전 발언이 단순 실언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같은 당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그제 대선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자리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박만 했지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서민들을 옥죄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만 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고 했다. 연일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위험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날 최 전 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준비된 답변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다 한 기자로부터 “준비가 안 됐는데 출마 선언을 한 것이냐”는 힐난성 질문까지 받았다.

두 사람은 현 정부의 사정기관장으로 일하다 임기 도중 스스로 사임해 대선에 출마했다. 이후 이들이 보인 행보와 발언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국가가 처한 현실과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과 논리도 갖추지 못한 채 출마만 서둘렀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윤, 최 두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준비된 정책이나 비전이 없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당당한 태도가 놀랍다. 코로나19로 국가는 재난 상황에 빠져 있고 4차산업 혁명 등 산적한 과제가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대선을 치른다. 이런 때에 준비도 안 되어 있으면서 국가를 이끌겠다고 나온 것은 시민들을 무시하는 일이다. 정치 중립도 어겨가면서 출마해 놓고 비전과 정책도 내놓지 못한다면 무엇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인지 두 후보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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