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발찌 성범죄자의 충격적 살인, 왜 막지 못했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56)가 40~50대 여성 2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도주 이전과 도주 과정에서 한 명씩 살해했다고 한다. 특히 피의자가 29일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만약 그가 자수하지 않고 경찰이 검거하지도 못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성범죄자 관리에 총체적 허점을 드러낸 충격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범행의 구체적 과정과 동기 등은 수사 중이지만,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지난 27일 전자발찌 훼손 이후의 일은 모니터링이 불가능했다 해도, 도주 전 발생한 살인사건은 왜 미리 포착하지 못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2회의 성폭력 범죄를 포함해 14회 전과가 있는 피의자는 보호감호 재집행 중이던 지난 5월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가출소했다. 그는 보호감호 기간을 다 채우지 않은 채 가출소 혜택을 받았고, 전자감독 기간 중 살인을 저질렀다. 보호감호와 전자감독 주체인 법무부는 책임져야 마땅하다. “피의자를 제대로만 관리했더라면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는 일은 없었을 것” “자수하지 않았다면 추가 피해자가 나왔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라는 시민의 불안에 당국은 답해야 한다.

전자발찌 제도는 2008년 도입 이래 훼손 후 도주하거나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채 재범이 발생하는 등의 사건이 잇따르며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최근에만 해도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에서 전자발찌를 찬 남성이 아르바이트를 명목으로 미성년자를 자신의 거주지로 불러내 성폭행했고, 이달엔 서울과 김포에서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가 각각 아파트 이웃과 중국 국적 여성을 성폭행하고 도주하는 일이 발생했다. 법무부의 ‘전자발찌 착용자 성폭력 재범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자발찌를 차고 재범을 저지른 건수는 303건으로, 이 중 절반 이상(166건)이 성범죄자 거주지 1㎞ 반경 이내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관리인력과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나, 제대로 확충되지 않고 있다.

며칠 전에는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숨진 20대 여성의 어머니가 딸의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하며 가해자를 엄벌해달라고 호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법원은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많은 여성들이 지금 불안과 분노에 떨고 있다. 수사를 맡은 검경, 재판하는 법원, 범죄자를 수용·관리하는 법무부 모두 성인지감수성 제고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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